백악관 대변인 "核 협박" 규정
美 국무부 "최대 압박" 경고
미국 국방부는 17일(현지시간) 중동 지역에 1000여 명 규모 병력을 더 보내기로 했다.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부 장관 대행은 성명을 통해 “중동에서의 위협에 대처하도록 방어적 목적에서 병력 약 1000명 추가 파견을 승인했다”며 “최근 이란의 공격은 이란이 미국에 공격적인 입장이라는 그간 정보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이란과의 충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며 “미 국방부는 상황을 부단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에 따라 병력 규모 등을 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최근 부쩍 중동 지역 병력을 늘리고 있다. 지난달 5일엔 걸프해역에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를 배치했고 같은 달 24일엔 이란의 위협에 대응하는 조치라며 중동에 병력 약 1500명 추가 파병을 발표했다.
이날 미군은 지난 13일 오만만에서 발생한 민간 유조선 두 척을 피격한 주체가 이란혁명수비대(IRGC)라는 증거라며 새 사진 10여 장을 공개했다. 새 사진은 코쿠카 커레이저스 유조선 선체 측면에 기뢰가 붙어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 등을 담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가 13일 IRGC 경비정이라고 주장한 선적 관련 사진과 사건 정황 추정 일지도 추가로 공개했다.
미국의 이번 움직임은 이란이 이란핵협정(JCPOA) 준수 범위를 지금보다 더 축소하겠다고 발표한 뒤 나온 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이란 원자력청(AEOI)은 이란이 저농축 우라늄 저장 한도량을 늘리고 우라늄 농축 규모를 기존 제한 수준보다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핵협정에 따르면 이란은 저농축(3.67%) 우라늄만 생산할 수 있다. 개럿 마퀴스 미 백악관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는 핵 협박과 마찬가지”라고 논평했다. 미 국무부도 “이란이 핵무기를 얻기 위해 어떤 조치라도 취한다면 미 정부의 ‘최대 압박’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과 이란이 협박을 이어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외교 안보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매튜 크로닉 부소장은 “미국이 경제 제재를 강화하자 이란도 미국에 압박을 가할 수단으로 핵무기를 든 것”이라며 “두 나라는 서로 누가 눈을 먼저 깜빡일지 겨루는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양국 간 압박전이 무력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맥스 블루멘털 정치평론가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이란은 구석에 몰린 상태”라며 “미국이 이란을 계속 압박하면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 도래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