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온라인 강의를 끝까지 듣지 못할까?’

온라인 강의 플랫폼 기업 스터디파이는 이 평범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이 질문은 김태우 스터디파이 대표(31)가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했다. “온라인 강의는 오프라인 강의와 비교해 가격이 저렴하고, 시·공간 제약이 없는 등 장점이 무수하지만 나를 비롯해 주위 사례를 보면 끝까지 완강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온라인 강의의 장점은 살리면서 완주율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스터디파이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스터디파이는 별도의 사무실이 없다. 전 직원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원격으로 근무한다. 김태우 대표가 18일 서울 이화여대 인근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스터디파이는 별도의 사무실이 없다. 전 직원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원격으로 근무한다. 김태우 대표가 18일 서울 이화여대 인근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완주 위해선 규율이 명확해야”

스터디파이는 온라인 강의와 스터디를 합친 형태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다. 해당 분야 전문가가 스터디장으로서 학습자를 모아 강의하고 스터디를 꾸리는 식이다. 외국어와 글쓰기부터 블록체인, 머신러닝, 재테크까지 다양한 주제의 강의가 열린다. 김 대표는 “14개의 카테고리 안에 100여 개 강의가 개설돼 있다”며 “온라인으로 식단을 짜주고 운동 방법을 지도하는 원격 퍼스널트레이닝 등 강의 영역을 점점 더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스터디파이의 가장 큰 특징으로 적절한 규율과 확실한 보상을 꼽았다. 스터디파이 강의에는 명확한 커리큘럼이 있고, 마감기한이 정해져 있는 과제와 정기적인 평가 시험이 있다. 어느 정도 규칙이 잡혀 있어야 학습자의 나태함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스터디파이는 강의 수강 기간도 4주, 8주 등으로 확실히 정했다. 온라인 강의 업계에서 한 번 결제하면 평생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평생 학습권’ 제도를 앞다퉈 도입하는 추세와 반대되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우리는 평생 학습권을 평생 공부하지 않을 권리를 획득한 것과 동일하게 생각한다”며 “학습을 마치기 위해선 시간제한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온라인 강의 서비스와 비교해 엄격한 규율이 있는 대신 보상은 확실하다. 수업을 끝까지 들은 학습자에게는 최대 50%까지 수강료를 되돌려 준다. ‘성인 학습자들에게 가장 큰 인센티브가 될 수 있는 요인이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금전적인 보상을 도입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적절한 규율과 확실한 보상이 어우러진 결과 스터디파이 학습자의 평균 완주율은 55%에 달한다. 온라인 강의 평균 완주율이 4%대에 머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김 대표는 “다른 온라인 강의 업체들은 평생 학습권을 비싼 값에 팔아치우고 끝내는 사업 모델이라면 스터디파이는 수강료를 지급한 다음부터가 시작”이라며 “학습자가 강의를 끝까지 수강하고, 다음 강의를 또 수강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했다.

AI와 빅데이터 통해 맞춤형 강의 추천

스터디파이는 학습자를 완주의 길로 이끄는 데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의 힘도 빌리고 있다. 누적 수강생 3000여 명의 데이터를 통해 어떤 환경에서 학습자의 완주율이 높아지는지 철저하게 분석했다. 김 대표는 “과제의 양과 스터디장의 코칭 스타일, 스터디 분위기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학습자의 완주율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과제 제출 마감이 월요일인 강의와 목요일인 강의의 완주율을 비교했을 때 직장인 학습자의 경우 월요일 마감 강의의 완주율이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 주말을 이용해 과제를 몰아서 하는 직장인 학습자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그는 “연령과 직업, 성별 등에 따른 학습자 특성을 분석해 넷플릭스나 유튜브처럼 학습자 맞춤형 강의를 추천하는 방식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터디파이는 일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일단 사무실이 없다. 직원 12명이 각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원격으로 근무한다. 모든 사람이 생활 리듬이 다른데 굳이 모여서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근무할 필요가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시·공간 제약이 없다 보니 미국과 호주에 거주하는 팀원도 있고, 대기업에 다니다 육아 문제로 회사를 그만둔 워킹맘도 스터디파이 구성원이 됐다.

스터디파이는 이 같은 경쟁력을 내세워 지난해 10월 벤처캐피털(VC) 알토스벤처스로부터 10억원을 투자받는 등 회사 성장을 위한 토대를 닦아나가고 있다. 내년에는 영어권 국가로 진출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김 대표는 “학습자들이 온라인 강의 완주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다”며 “플랫폼을 수출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해외 진출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터디파이는 기업 및 대학 등과 협업도 준비하고 있다. 스터디파이의 특정 수업을 이수하면 입사 시 서류 전형을 면제해주거나, 학점을 인정해주는 식이다. 그는 “정규 교육과정을 마친 성인들에게 진짜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는 재교육기관이 되는 것이 스터디파이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