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신형 노트북 출시를 포기한 데 이어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 출시를 전격 연기했다. 미국 기업과의 거래 중단으로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반도체업계도 거대 고객이던 화웨이와의 거래가 끊기면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추격해오던 화웨이를 따돌리게 된 삼성전자가 최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빈센트 팽 화웨이 부사장이 지난 14일 홍콩에서 열린 WSJ의 ‘D 라이브 콘퍼런스’에 참가해 “메이트X 출시를 9월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애초 6월에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팽 부사장은 폴딩 스크린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많은 테스트를 하고 있고 가능한 한 빨리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구글 등 미국 기업과의 거래 중단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사용 등이 불가능해진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는 “공급망 이슈가 원인은 아니다”면서도 “여러 안드로이드 앱을 쓸 수 있도록 구글에서 라이선스를 얻어 출시할 것인지 여전히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공개된 메이트X는 당시 지메일, 유튜브, 구글맵 등 안드로이드 관련 앱(응용프로그램)을 내장했다.

화웨이는 미 상무부가 지난달 16일 블랙리스트(거래 제한 대상)에 올린 뒤 구글, 인텔, 퀄컴 등과의 거래가 줄줄이 막혔다. 인텔 등으로부터 중앙처리장치(CPU)를 구입할 수 없어 최근 신형 노트북 출시를 취소하기도 했다. WSJ는 “폴더블폰 출시 연기는 화웨이에 또 다른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화웨이는 자체 OS인 훙멍을 개발 중이다. 팽 부사장은 훙멍을 6~9개월 뒤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이트X는 중국과 유럽에서 먼저 출시될 예정이다.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한 기업들도 피해가 커지고 있다. 미 정부가 화웨이와의 거래를 막으면서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욕증시 상장업체인 브로드컴은 13일 2019회계연도(2018년 12월~2019년 11월) 매출 전망을 애초 발표한 245억달러(약 29조원)에서 225억달러로 낮춰 잡았다. 석 달 만에 매출 전망치가 20억달러 감소한 것이다. 14일 뉴욕증시에서 주가는 5.6% 급락했다. 그 여파로 반도체주 중심 상장지수펀드(ETF)인 ‘반에크 벡터 반도체 ETF(SMH)’도 2.7%가량 미끄러졌다.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직접적 판매 중단으로 인한 타격뿐 아니라 무역전쟁 확대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브로드컴은 화웨이에 통신칩 등 9억달러어치(매출의 4.3%)를 판매했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도 14일 “화웨이에 대한 판매를 중단했다”며 “화웨이와의 거래 금지가 반도체업계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마이크론의 최대 고객으로 전체 매출의 13%를 차지했다. 또 다른 반도체업체인 쿼보, 루멘텀도 지난달 분기 매출 전망치를 각각 5000만달러가량 낮췄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