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애국당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불법천막을 설치하고 한 달 넘게 점거 중이다. 이들은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한 다섯 명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했다며 진상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대한애국당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불법천막을 설치하고 한 달 넘게 점거 중이다. 이들은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한 다섯 명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했다며 진상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대한애국당이 광화문광장을 무단 점거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서울시는 뚜렷한 대책 없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자진철거 계고장만 세 차례 보냈을 뿐이다. 애국당은 “천막 철거는 있을 수 없다”며 장기 농성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 여파로 16일 새벽 광화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19 FIFA U-20(20세 미만) 월드컵’ 결승전 거리응원도 취소됐다.

서울시는 지난 7일 애국당에 13일 오후 8시까지 광화문광장 천막을 철거하라며 계고장을 보냈다. 애국당이 이를 무시했지만 서울시는 14일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애국당은 지난달 10일부터 광화문광장 남측 ‘세월호 기억공간’ 맞은 편에 천막을 설치하고 점거하고 있다. 2017년 3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사망한 당원들을 추모한다는 목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애국당의 천막을 철거하겠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서울시 공무원들은 강제 철거에 조심스러워 하는 모양새다. 세월호 유족들의 불법 천막을 눈감아준 전례가 있어 정치적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월호 유족들은 2014년부터 지난 3월까지 14개 동의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 천막을 운영했다. 14개 중 11개는 정부로부터 정식 지원을 받았지만 3개는 유족들이 임의로 세운 불법 천막이었다. 서울시는 유족들을 고려해 불법 천막을 철거하지 않고 대신 변상금 1800만원을 받았다. 이후 서울시는 세월호 천막이 있던 광장 공간 일부를 세월호 기억공간으로 조성했다. 광화문광장을 관리하는 실무자들은 애국당의 천막을 당장 철거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7년 서울 시청광장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불법 천막을 철거하는 데 4개월이 걸렸다”며 “철거하겠다는 구체적 방침을 세우진 않았다”고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결승전 거리응원을 위해 지난 12일 광화문광장 사용 허가를 신청했지만 이날 취소했다. 인파가 몰리면 애국당 당원들과 돌발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광화문광장이 아닌 장소를 물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