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유광종의 시사한자] 飜(뒤집을 번) 覆(덮을 복)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
    앞의 (번)은 새가 날아오르며 뭔가를 뒤집는 행위와 관련이 있다. 아래를 향해 놓인 사물 등을 위로 향하게 바꿔놓는 동작으로 볼 수 있다. 아예 날아오르는 일을 강조할 때는 飜(번)으로도 적는다.

    번역(譯)은 언어를 다른 계통의 말로 옮기는 일이다. 다른 이의 작품을 매만져 제 것으로 만들어 내면 번안(案)이다. 번천(天)은 하늘이 뒤집힐 정도의 큰 변화다. 하늘과 땅이 다 뒤집히면 번천복지(天覆地)다.

    뒤의 覆(복)은 그 반대다. 위를 향해 있던 것이 아래를 향해 뒤집히는 모양이다. 순우리말의 ‘엎어지다’ 새김이다. 그릇 등의 뚜껑이나 위에서 아래로 덮는 행위를 일컫는 복개(覆蓋), 기울어서 엎어지다가 패망하는 모양을 경복(傾覆)으로 표현하는 경우를 보면 그렇다.

    얼굴을 헝겊 등으로 덮는 일이나 그 경우는 복면(覆面)이다. 절연체로 전선 등을 덮어씌우면 피복(被覆)이다. 정상적인 모습이 거꾸로 엎어지면 전복(顚覆)이다. 때로는 ‘다시’를 의미하는 復(복)과 의미가 같다. 복심(覆審)이면 다시 심사하는 일이다.

    그러나 아래 위를 따질 겨를도 없이 이 두 글자로 생성한 ‘번복’이라는 단어는 뒤집고 엎는 행위 전반으로 뜻이 그냥 굳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반복(反覆)이라는 단어로도 쓴다. 그냥 뒤집거나 엎어서 제자리로 돌아가는 일이다.

    “새 둥지가 엎어지는데 그 안에 있는 알이 온전할까요?(覆巢之下, 復有完卵乎)”라는 유명한 어구가 있다. 언설(言舌)이 아주 날카로워 조조(曹操)에게 미움을 사 끝내 죽임을 당한 공융(孔融)의 둘째 아들이 한 말이다. 제 아버지가 권력자 조조에게 붙잡혀 가니 저도 살아남기 힘들다는 뜻에서 뱉은 푸념이다.

    뒤집어 헤치거나 갈아서 엎는 일은 때로 필요하다. 그러나 늘 이어지면 불안정성이 너무 높아진다.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日暮途遠). 게다가 경제가 침체로 향하는 조짐이 뚜렷한 요즘이다. 우리의 ‘둥지’를 조심히 다뤄야 옳은 시점이다. 나라 안팎의 모든 여건이 불안해지는 상황에서 둥지에 담긴 미래의 동력, 새알을 보전하며 키우기 위해서라면 더 그렇다.

    ADVERTISEMENT

    1. 1

      [유광종의 시사한자] 經(날 경) 常(항상 상)

      7년 만에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영어 ‘current account balance’를 한자어로 옮긴 말이 경상수지(經常收支)다. 자본거래를 제외한 일반적인 모든 거래에서의 수입과 지출 균...

    2. 2

      [유광종의 시사한자] 罷(마칠 파) 免(면할 면)

      옛 관리의 임용과 해직에 관한 단어는 제법 많다. 우선 제수(除授)다. 권력자가 벼슬을 직접 내려주는 행위다. 除(제)라는 글자는 여기서 ‘바꾸다’는 새김이다. 授(수)는 ‘주다&rs...

    3. 3

      [유광종의 시사한자] 따를 짐(斟) 따를 작(酌)

      두 글자 모두 술을 따라 마시는 일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정확하게 구분도 한다. 상대에게 술을 따를 때 잔을 덜 채우면 斟(짐)이다. 그에 비해 찰랑거릴 정도로 채우는 일을 酌(작)이라고 했다.그 둘의 중간 수준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