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영어 ‘current account balance’를 한자어로 옮긴 말이 경상수지(經常收支)다. 자본거래를 제외한 일반적인 모든 거래에서의 수입과 지출 균형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그 ‘經常(경상)’이라는 말은 본래 무거운 개념이다. 유가(儒家)의 사유에서 가장 높게 치는 원리, 원칙, 도덕 등을 지칭하는 말이다. 변치 않는 도리의 영역을 가리킨다. 명분과 지향이라고 해도 좋다.

그와 쌍을 이루는 말이 권변(權變)이다. 임의성을 허용하는 단어다. 따라서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현실에 맞춰 대응하는 일을 가리킨다. 명분과 도덕만으로는 살 수 없는 법이니 이 영역이 분명히 뒤를 받쳐야 한다.

경상과 권변은 다시 이렇게 짝을 이룬다. 경권(經權)과 상변(常變)이다. 딱딱하고 고루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삶의 원칙과 명분, 현실과 응용에 다 관련이 있는 개념이다.

맹자(孟子)가 그 점을 잘 설명했다. 누군가 이렇게 물었다. “유가는 남녀의 도리를 강조하지만 형수가 물에 빠졌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냐”다. 그러자 맹자는 “당연히 손을 내밀어 형수를 건져야 한다”고 답했다. 원칙과 명분에 앞서 사람을 우선 살려야 한다는 현실의 입장을 말한 셈이다. 맹자는 그 현실적인 그 방도, 익사 직전의 형수 손을 잡아 살려내는 일을 權(권)으로 설명했다.

명분과 이상, 지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그를 뒷받침하는 방도가 옳지 않으면 큰일을 이루거나 유지할 수 없는 법이다. 그래서 원칙과 함께 그에 대응하는 응변(應變)의 사고가 아주 중요하다.

이번 경상수지 적자 전환의 의미는 깊게 새길 만하다. 경기의 전반적인 하강 추세를 대변한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경상’에 어울리는 ‘권변’이라는 단어를 그와 함께 떠올려 보자. 원칙과 지향이 옳은가, 설령 그렇더라도 지금의 현실에서 여러 문제에 대응하는 조정과 수정이 얼마나 필요할까 등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