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지금의 소중함을 생각하라…행복한 삶은 가까이 있다
한 농부가 램프의 요정을 만나 세 가지 소원을 이룰 기회가 생겼다. 평소 가난한 삶 때문에 불행하다 느꼈던 농부는 그 소원을 땅과 대저택, 금은보화를 얻는 데 써버린다. 소원만 이뤄진다면 그 농부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이다. ‘행복은 돈이 다가 아니다’라는 교과서적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행복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꽤나 타당한 얘기다.

행복한 감정만 가지고 살기에 인생에는 너무 많은 변수가 있다. 그 요인들은 불가항력적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돈이나 물질을 포함한 여러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어디 있을까.

오랫동안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해온 심리학자 부부인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와 김진영 서울여대 교수는 함께 쓴 《행복의 품격》에서 지속적인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보여준다. 행복한 사람들의 얼굴에선 진실함과 아름다운 품격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행복한 삶을 위한 심리 프로그램인 ‘삼성-멘탈 휘트니스’를 연구개발한 두 교수는 삼성그룹 사장단에서 선정한 심리학 명강의로 선정된 ‘행복의 심리학’ 강연의 핵심을 책에 담았다. 저자들은 구체적으로 “행복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해 ‘행복메타인지’ ‘스트레스의 미로’ ‘심리적 동화’ ‘사랑’ ‘소통’ 등 심리학의 아홉 가지 주제로 이야기한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카너만과 디턴의 연구에 따르면 경제적 조건은 일정 수준에 이르기까지 부정적 감정에 영향을 미치지만 행복을 관장하는 높은 자존감과 친밀감 등 긍정적 감정과 관련해선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저자들은 이런 착각이 ‘무지(無知)’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행복을 위해선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부터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렇다면 행복은 어떻게 추구할 수 있을까. 저자들은 미국 하버드대의 성인발달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행복의 기술 네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는 미래를 그려내는 마음 능력인 ‘전망’이다. 부정적 사건 속에서도 전망을 통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친밀한 관계를 맺는 능력인 ‘사랑’도 있다. 하버드 성인발달연구에선 무인도에서 인간의 고차원적 행복 감정을 느낄 수 없는 건 ‘관계’가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마음을 움직이는 심리학적 연금술인 ‘소통’이 중요하다. 저자들은 마지막 향유 기술로 일상에서 행복을 예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음미’ 능력을 강조한다. 음미를 통해 최상위 행복감정인 긍정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 가지 기술을 통해 저자들은 우리가 ‘정답’이라고 느끼던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현재 상황에서 희망적으로 전망할 수 있는 미래는 무엇일까. 난 진정한 행복감을 느낀 적이 있는가. 책을 통해 당장 이런 질문들의 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며 삶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저자들은 “심리학이 세상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좋은 선물 중 하나는 인생 사용법을 알려준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