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금융그룹감독체계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월 금융그룹 리스크관리 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하고, 같은해 7월부터 모범규준을 제정해 시범 적용 중이다. 당국은 다음 달 1일 만료되는 모범규준을 연장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그룹 내 금융사들이 함께 부실해지는 위험을 막고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그룹 전체 자본 적정성과 위험관리 실태를 평가하는 것이 골자다.
감독대상은 현행 7곳 그대로 유지했다. 여수신·금융투자·보험 중 2개 이상의 업을 영위하는 자산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이다. 금융지주·국책은행 그룹, 감독실익이 적은 그룹 등을 제외한다. 삼성·한화·현대차·DB·롯데·교보·미래에셋대우 등 7개 그룹(비주력업종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이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내년 상반기부터 금융그룹 전이위험 평가를 시작하기로 했다. 금융그룹의 자본 적정성을 더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다.
자본 적정성 비율은 실제 손실이 났을 때 이를 충당할 수 있는 '적격자본'(손실흡수능력)을 리스크에 대응할 '필요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100%를 넘어야 한다. 위험 상황에 대비해 그만큼의 대응 여력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적격자본은 합계 자본에서 중복자본(계열사 간 출자 같은 가공의 자본)을 뺀 값, 필요자본은 최소 요구 자본에 집중위험(금융그룹의 위험노출액이 특정분야에 편중)과 전이위험을 더한 값이다.
금감원은 전이위험을 상호연계성·이해상충 가능성·위험관리체계 등 3대 부문, 7개 평가 항목으로 나눠 내년 상반기부터 1년에 한 번씩 평가할 예정이다.
전이위험 세부평가 항목은 대표회사 이사회의 권한·역할이나 그룹 차원의 위험관리체계 외에도 계열사 출자관계, 내부거래 위험·의존도, 비금융계열사 부실화 위험 등이다. 금융·비금융 계열사간 소유·출자 구조의 복잡성과 금융그룹 자기자본 대비 대주주 등 신용공여 비중, 임원보상 체계·정책의 적절성, 비금융계열사와 임원 겸직 및 인사 교류 현황,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위법행위 제재 여부 등도 평가 항목에 포함된다.
평가 결과, 등급을 토대로 위험노출액에 비례해 필요자본에 가산하고, 매 분기 자본 적정성 비율을 산정할 때 같은 등급을 반영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이달까지 모의평가를 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연구용역을 줘 올해 하반기 안에 평가 항목·지표를 보완하고 필요자본 가산 산정 방식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전이위험 평가에 앞서 올해 하반기부터는 금융그룹의 위험관리 실태평가를 시행한다.
은행 지주 경영실태평가와 비슷하게 매년 2∼3개 금융그룹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평가가 이뤄진다. 첫 번째 위험관리 실태평가 대상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평가는 위험관리체계(30%)·자본 적정성(20%)·위험집중 및 내부거래(20%)·소유 구조 및 이해 상충(30%) 등 4개 부문, 11개 항목으로 진행된다. 항목별 등급을 가중평균해 종합등급(5등급 15단계)을 매긴다.
당국은 종합등급이 4등급 이하인 금융그룹에는 경영 개선 계획을 제출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1∼3등급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개선·보완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컨설팅을 진행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그룹의 위험관리체계는 어느 정도 마련됐지만, 우회 출자를 통한 중복자본, 비금융 계열사와의 과도한 내부거래 등은 여전히 금융그룹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양증권 등 과거 금융그룹의 동반부실로 인해 국민께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며 금융그룹감독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금융그룹감독 법제화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아직도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며 "법 제정을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되 모범규준을 통해서도 금융그룹감독을 계속 시행하고 원활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