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르바예프 자진 사임으로 조기선거…토카예프 "기존 외교노선 계승"

옛 소련에 속했던 중앙아시아 국가 카자흐스탄에서 9일(현지시간) 조기 대선이 실시됐다.

지난 3월 약 30년간 카자흐스탄을 통치했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자진 사퇴하면서 내년에 실시될 예정이던 정기 대선이 앞당겨 치러지게됐다.

투표는 전국 9천900여 곳의 투표소에서 오전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진행됐으며 투표율은 77%로 잠정 집계됐다.

5년 임기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이번 대선에는 나자르바예프의 후계자인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현 대통령(66)을 포함해 모두 7명이 입후보했다.

토카예프는 누르술탄 전 대통령이 대표를 맡고 있는 여당 '누르 오탄'(조국의 빛)의 추대를 받아 후보로 나섰다.

야당에선 민주당 '악졸'의 공천을 받은 하원 의원 다니야 예스파예바가 첫 여성 대선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야권 후보가 없는 상태에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은 토카예프 대통령이 큰 득표율로 당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날 투표소에 나와 한표를 행사한 뒤 "다른 의견을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큰 인내심을 보일 것이다.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물론 반대하는 사람들과도 대화를 해나갈 것"이라며 당선 후 포용 정책을 펼 것임을 천명했다.

또 대외 정책에선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자르바예프는 재임 시절 옛 소련권 종주국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경제 분야에선 서방과도 협력하는 실용주의 정책을 펼친 바 있다.

카자흐스탄이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하기 전인 1989년 카자흐 공산당 제1서기(서기장)로 최고통치자 자리에 오른 나자르바예프는 1991년 12월 치러진 첫 민선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후 약 30년 동안 줄곧 최고 권좌에 머물다 지난 3월 19일 자진 사임했다.

이에 따라 그때까지 상원의장을 맡고 있던 토카예프가 자동으로 대통령직을 인수했다.

나자르바예프는 그러나 국부(國父)에 해당하는 '엘바시'(민족 지도자) 직함과 국가안보회의 의장직 등을 그대로 유지하며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나자르바예프 사임 이후 그의 장녀인 다리가 나자르바예바(56)가 대선에 출마해 부녀 권력 승계가 이루어질 것이란 관측이 있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나자르바예바는 부친의 대통령 사임 다음 날 상원의장에 선출돼 나자르바예프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됐었다.

한편 선거일인 이날 수도 누르술탄(옛 아스타나)과 경제중심 도시 알마티에서 야권 지지자 수백명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으며 그 가운데 약 100명 정도가 체포됐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카자흐스탄 정부가 극단주의 조직으로 규정한 '카자흐스탄의 민주선택'의 촉구로 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길거리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알마티 시내에 모인 약 300명의 시위대는 '보이콧', '수치다'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경찰이 그들 가운데 수십명을 체포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누르술탄에서도 수십명의 시위 참가자들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자흐스탄 조기 대선 실시…토카예프 현 대통령 당선 확실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