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축산업 경쟁력, 肉牛로 살리자
국내산 소고기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수입 소고기가 빠르게 시장을 넓혀가고 있어서다. 지난해 소고기 수입량은 총 41만5000t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시장점유율은 63.4%에 이르렀다. 국내산은 전년 대비 0.8% 줄어든 23만7000t을 생산하는 데 그쳤고, 시장점유율도 36.4%에 머물렀다. 지난해 우리 국민은 수입 소고기를 더 많이 먹은 셈이다.

수입 소고기의 파상공세는 수그러들 줄 모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30개월 미만 소고기의 수입 허용을 골자로 하는 ‘네덜란드·덴마크산 소고기 수입 위생조건’을 제정·고시했다. 이로 인해 앞으로 10년간 최대 2조원대의 소고기 시장 추가 잠식이 우려된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축산업 보호대책 부재, 대중화에 실패한 마케팅 전략 등으로 인해 축산농가의 어려움은 더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입맛도 많이 기울었다. 2018년 식품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미국산 소고기를 먹어볼 의향이 있는 소비자가 5년 만에 10%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축사육업은 경기상황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기가 어려운 특수성이 있다. 변수가 많아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제도와 유통 시스템을 개선해 즉각적으로 국내 소고기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어렵다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이용해 수입 소고기에 대항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육기간을 20개월 정도로 짧게 줄이는 게 유리하다. 사육기간이 짧으면 생산비용이 적게 들어 경제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수한 품질에 가격도 싼 소고기, 바로 국내산 ‘육우(肉牛)’가 수입 소고기에 맞설 대안으로 꼽히는 이유다.

육우는 빠른 성장으로 사육기간이 짧아 생산비가 적게 든다. 수입 소고기보다 가성비가 뛰어난 이유다. 수입 소고기에 비해 유통단계를 많이 거치지 않아도 돼 냉장 상태로 소비자들에게 전해질 정도로 신선도가 높고 이력 추적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육우는 15년 전에 ‘우리 땅에서 자란 우리 소’의 의미를 담아 만든 명칭이다. 2014년 이전까지 우리나라 축산정책은 ‘낙농’ 중심이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육우에 대해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육우를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세워진 이후다. 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육우 소비 활성화를 통해 육우농가의 성장과 육우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세워진 기금관리 기관이다. 육우의 소비촉진 홍보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교육 및 조사 연구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 9일은 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에 뜻깊은 날이었다. 축산업계는 육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립하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육우와 발음이 비슷한 6월 9일을 ‘육우데이’로 정하고 2003년부터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큰 행사를 열고 있다.

현재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2000년 이래 지속 성장하고 있는 소고기 시장은 놓칠 수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지만 외국산에 대항할 수 있는 국내산 소고기 육우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건강한 육우를 키워내는 농가의 부지런함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 그리고 육우를 한국인의 소고기로 여기고 이용할 소비자의 관심이 더해질 때 국내 소고기산업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