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들, 美 고율관세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어" "中 실제 협상 돌아온다면 美도 준비, 아니라면 추가 관세"
미중 무역 전쟁 격화로 중국 위안화 가치가 최근 급락한 가운데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이 고율 관세 상쇄 효과를 노려 위안화 가치 하락 추세를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에 참석한 므누신 장관은 전날 행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중국이 고율 관세의 충격을 상쇄시키기 위해 자국 화폐 가치 하락을 용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내 생각에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약 6.30위안에서 6.90위안으로 움직인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라며 중국 회사들이 관세의 상당 부분을 상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환율을 조작하기 위한 개입은 특정한 방향으로 수행되어 왔고, 환율을 방어하기 위한 개입은 환율 조작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며 "한쪽으로 오랜 기간 개입한 뒤 (지금은) 개입하지 않는다면 시장은 그들(중국)이 자국 통화를 약하게 하려는 욕망(desire)을 갖고 있다고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에 '위안화 환율 안정'을 위한 시장 개입을 촉구하면서 향후 환율 문제와 관련해 중국 정부를 더욱 강하게 압박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간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자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기업들에 보이지 않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이에 미국은 지식재산권 보호, 강제 기술이전 금지, 무역 불균형 해소 등과 더불어 위안화 환율 문제를 미중 무역 협상의 주요 의제로 올려 중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해왔다.
나아가 미국은 최근 '환율 조작국'에 상계 관세를 매기는 방안도 마련했다.
작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 무역 전쟁 '휴전'에 합의한 이후 다소 안정세를 보이던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최근 미중 무역 전쟁이 다시 격화하면서 급등 추세로 돌아섰다.
특히 이강(易鋼) 중국 인민은행장이 7일 외신과 인터뷰에서 위안화 환율 급등이 미국의 긴장 격화 행위 탓이라고 규정하면서 당분간 환율을 시장 흐름에 맡겨두겠다는 방향도 시사하면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6.9623위안까지 치솟으면서 '포치'(破七·달러당 7위안 돌파) 경계 심리가 커졌다.
한편, 므누신 장관은 그간 미중 무역 협상 과정에서 90%의 분쟁이 해결됐지만 중요한 이슈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만일 실제 협상을 논의하기 위해 돌아오고자 한다면 미국은 역사적인 딜에 도달하기 위한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미국은 (추가) 관세 계획을 계속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