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가장 산업화된 국가로 꼽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제가 지난 1분기 1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국영전력회사가 사실상 파산하면서 정전이 잦아진 게 제조업에 큰 충격을 줬다.

남아공 통계청은 4일(현지시간) 지난 1분기 경제 성장률이 -3.2%(전 분기 대비 연율 환산)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분기 성장률로는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저조한 수치다.

남아공 국내총생산(GDP)의 14%를 차지하는 제조업 부문의 위축이 성장률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1분기 제조업 성장률은 -8.8%였다.

남아공 국영전력회사 에스콤이 과다한 부채로 사실상 파산 상태가 된 게 컸다. 남아공 전체 전력의 95%를 생산하는 에스콤은 전력 수요가 줄어드는데도 석탄화력발전소를 무리하게 건설하는 등 방만한 경영으로 빚더미에 앉았다. 부채 규모가 335억달러(약 40조원)에 달해 지난해 중국 정부로부터 25억달러 차관을 받았다. 에스콤이 경연난 때문에 전력 공급을 자주 중단하면서 남아공 경제에 치명타를 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산업도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이아몬드, 철광석, 석탄 생산이 둔화하면서 성장률이 -10.8%에 달했다.

글로벌 교역 둔화 역시 악재였다. 자동차 판매 등이 줄면서 무역 성장률이 -3.6%를 기록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중서부 지역의 건조한 날씨 탓에 해바라기 씨앗, 담배 등 농작물 생산이 줄어 농업 부문도 13.2% 감소를 기록했다.

이 같은 경제 성적표는 지난달 연임에 성공한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