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공대, 남자는 간호학과 대학생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전국 공대생 중 여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19.1%로 1985년에 비해 7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의대에서 여학생 비율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비해 간호학과에 다니는 남학생 비중은 지난해 20.9%까지 올랐다. 전통적인 남녀 간 직업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전공 선택에서도 성별 선호도가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女공대생 7배, 男간호학과생 비율 52배

女 공대생, 男 간호학과생 확 늘었다
29일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일반대학 기준 여자 공대생은 10만9190명으로, 5487명에 불과했던 1985년에 비해 약 20배로 증가했다. 전체 공대생 중 여학생이 차지하는 비율도 1985년(2.7%) 이후 꾸준히 늘어 지난해 19.1%에 달했다. 1985년에 비해 7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인문·예체능계열의 취업난과 엔지니어를 선호하는 사회적 영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의대에서도 마찬가지로 여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꾸준히 늘었다. 1985년 전국 의대생 중 여학생은 2963명으로 전체 의대생 중 16.1%를 차지했다. 이후 여학생 비율은 꾸준히 늘어 2000년 29%, 2015년 30.7%를 지나 지난해엔 34.9%에 이르렀다.

女 공대생, 男 간호학과생 확 늘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지난해 수능에서 국어와 수학 모두 1등급을 맞은 자연계열 학생 중 여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33.7%였다”며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이 의대로 진학하는 만큼 앞으로도 여자 의대생 비율은 꾸준히 30%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학생이 간호학을 전공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1985년엔 간호학과 재적 남학생 수가 전국에서 13명에 불과했다. 당시 3541명의 전체 간호학과 학생 중 남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0.4%에 그쳤다. 2000년까지도 99명에 불과했던 남자 간호학과 학생 수는 2000년대 들어 크게 늘어 지난해 9536명(20.9%)을 기록했다. 가정대를 다니는 남학생 비중도 1985년 2.9%에서 2018년 38.1%로 급증했다. 방송에서 음식예능 프로그램이 늘면서 셰프를 지망하는 남성이 많아진 것도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전공에 따라 성 차이 여전”

전공에 따른 성별 차이는 30여 년 전에 비해 확연히 완화됐지만 여전히 차이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이공계열은 세부 전공에 따라 여학생 비중이 큰 차이를 보였다. 섬유공학(37.4%) 조경학(35.3%) 화학공학(33.5%) 응용소프트웨어공학(22.2%) 등은 상대적으로 여학생 비율이 높았지만 자동차공학(5.4%) 전기공학(9.3%) 등 장치산업 관련 공학은 여전히 여학생 비율이 크게 낮았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엄격했던 남녀 분리가 해소되는 과정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전통적인 장치산업 관련 공학을 여성이 기피한다는 것은 여전히 산업현장에서 남성 위주의 관행이 남아 있고 재생산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