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일기간 볼턴·아베와 간극 노출…"대선 화두로 유지하고 싶은 열망 보여"
"해외서 국내이슈 언급 자제 전통 깨"…美대선판에 김정은 끌어들인 모양새
"트럼프, '北문제' 동맹·참모로부터 고립 자초"…재선용 포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방일 기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를 놓고 안팎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함으로써 안으로는 자신의 외교·안보 참모, 밖으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확연한 간극을 노출하면서다.

이를 두고 2020년 대선을 염두에 둔 '국내 정치용' 포석이라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북한 문제에 대해 갈수록 혼자가 돼가는 자신을 발견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동맹들, 그리고 심지어 참모들로부터도 자신을 고립시키고 있다"며 "2020년 재선을 위한 시동을 걸면서 자신의 비핵화 노력이 성공하리라는 걸 간절히 고집하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지난 25일 북한의 발사체를 '단거리 탄도 미사일'로 규정, '의심의 여지 없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밝힌 다음날인 26일 트윗을 통해 '작은 무기들'의 발사에 개의치 않는다며 하루 만에 볼턴의 발언을 뒤집었다.

볼턴 보좌관으로선 공개적으로 스타일을 구기게 된 셈이다.

27일 미일 정상회담 직후 열린 아베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북한의 발사가 유엔 결의 위반이라는 지적에 '내 사람들', 즉 참모들은 그렇게 보지만 자신은 견해를 달리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탄도미사일 발사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없었다"고 언급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는 모든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다는 점에서 '탄도 미사일' 규정 여부는 제재 위반의 바로미터가 된다.

옆에 있던 아베 총리는 북한 문제에 있어 미·일이 완전히 '같은 페이지' 위에 있다면서도 북한의 발사에 대해선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반돼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기간 내내 '오모테나시'(일본 문화 특유의 극진한 손님 접대)를 통해 미일 간 '밀월 과시'에 나선 그였지만, 북한 미사일 문제에 대해선 볼턴 보좌관과 같은 인식을 보이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입장차를 분명히 한 셈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데 대해 "이러한 '현저한 균열'은 그가 정치집회 때마다 오랫동안 활용해온 '화두'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하는 열망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즉 자신이 북한과의 핵전쟁 직전에 미국을 구해냈다는 '프레임'을 대선 국면에서 전면에 내세워 외교 분야 성과의 '세일즈 포인트'로 삼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탄도미사일'을 인정하는 순간 그가 대표적 외교치적으로 자랑해온 '핵·미사일 실험 중단'의 성과는 타격을 입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애써 '현실'을 외면한 채 북한의 발사의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는 시선이 미국 조야 안팎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폴리티코는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스탠스는 두 차례의 정상회담 이후 북미 간 대화가 '실패'하면서 점점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이슈를 자신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개인적 관계'라는 렌즈를 통해서만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 베네수엘라 문제 등을 놓고 이미 볼턴 보좌관에 대해 좌절감을 표해왔지만, 그 간극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것은 이번 일본 발언에서였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몇 주간 사석에서 볼턴 보좌관에 대해 "한 시민으로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과 이란의 정권 교체를 옹호해왔다"며 그의 '매파적 충동'에 대해 농담으로 말해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서는 볼턴 보좌관에 대해 "현안들에 대해 강한 견해를 갖고 있지만, 괜찮다.

내가 사실 존을 누그러뜨리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전날에 이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언급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전날 트윗을 통해 북한이 김 위원장을 비판한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바이든 전 부통령을 인신공격하는 논평을 낸 것을 반긴 데 이어 이날도 "김정은은 조 바이든이 아이큐가 낮은 사람이라는 성명을 냈다.

그 점에 대해 동의한다"고 또다시 말한 것이다.

'동료 미국인보다 북한의 독재자를 편드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땅에서는 국내 정치 주제에 대한 거론은 '금기'시 해온 온 미국 대통령의 전통을 깼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우정을 민주당 대선 후보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대선 무기로 삼았다"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잠재적 라이벌인 바이든 전 부통령의 김 위원장 비판에 대한 북한의 '맹폭'을 고리로 김 위원장을 2020년 미국 대선전의 한복판으로 깊숙이 끌어들인 모양새가 연출된 셈이다.
"트럼프, '北문제' 동맹·참모로부터 고립 자초"…재선용 포석?
"트럼프, '北문제' 동맹·참모로부터 고립 자초"…재선용 포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