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부드러운 분위기 속 어려운 과제 터놓고 대화"…'과잉접대' 비판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밀월관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골프를 중요한 사교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월 취임한 이후 아베 총리와 회담을 한 횟수는 일본 외무성 집계에서 현재까지 10회로, 총 22시간 45분으로 나타났다.

업무 오찬과 만찬 등을 모두 합한 것이다.

두 정상이 골프를 함께 친 횟수는 전날 지바(千葉)현에서의 골프 회동을 포함해 총 5회에 16시간 10분에 달한다.
트럼프와 '골프 외교'에 공들인 아베…5회 16시간10분 라운드
닛케이는 두 정상이 이를 통해 서로를 '신조', '도널드'라며 편한 호칭으로 부르며 긴 시간을 보낸 것이 현재 미일 외교의 기반이 됐다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이 중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아베 총리의 방미와 트럼프의 방일 등 총 8회의 상호 방문 중 5회에 걸쳐 골프 회동을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아베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도 1957년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과 워싱턴 교외에서 골프 회동을 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광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베 총리는 골프를 미일 관계 구축의 '중요한 열쇠'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2월에는 트럼프의 별장이 있는 플로리다주에서 미일 정상이 골프를 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라디오에서 "사람을 알기 위해선 점심을 먹는 것보다도 골프 쪽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골프 회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통역이다.

일본 외무성 종합외교정책국 총무과 직원이 이 업무를 담당하는데, 골프 회동 때는 두 정상이 탄 카트 뒤에 타 통역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직원을 '리틀 총리'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 미일 정상의 골프 회동에는 일본의 원로 골프선수 아오키 이사오(靑木功)가 초청됐다.

이러한 형식을 취해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면 어려운 과제도 속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게 된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총리가 전날 골프와 비공식 만찬 등에서 내달 중순 이란을 방문할 의향을 전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기대감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골프 회동 때는 미일 무역협상에 대해선 일본의 여름 참의원 선거 이전에 농산물 분야 등에서 양보하는 것은 어렵다며 배려해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해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골프 회동 후 트위터에 "일본과의 무역협상에서 큰 진전이 이뤄지는 중"이라면서도 "많은 부분은 일본의 7월 선거 이후까지 기다릴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의 요청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언론은 두 정상이 골프 회동에서 16홀을 돌았다고 전했다.

이를 포함해 전날 두 정상이 함께 지낸 시간은 총 7시간 정도다.

이외에도 미일 정상이 전화 협의를 한 횟수는 총 30회로, 약 15시간에 이른다.

닛케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4회뿐이었다며 이때 골프 회동은 하지 않았다고 비교했다.

외무성 관계자는 "무역 문제에서 중국과 비교해 일본에 부는 바람이 약한 것은 틀림없이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와의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고 닛케이에 말했다.

그러나, 일본 야당 측에선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구축에 힘을 들이는 행태에 대해 '지나친 접대 외교'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