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외무성 '대미비난' 직후 대남매체들, '민족자주' 강조

북한은 미국을 향해 북미대화에 임하는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한 다음날 오전 남측 정부를 향해서는 남북관계 문제의 '민족 당사자'로서 역할을 하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대남 선전매체인 '메아리'는 25일 '사대적 근성을 버려야'라는 제목의 글에서 "북남관계문제를 잘 풀어나가자면 무엇보다도 북과 남이 주인으로서의 구실을 바로 해야 한다"고 썼다.

이 매체는 특히 한미동맹을 겨냥, "(남측 정부가)대미 추종행위에 계속 매달리고 있다"며 "북남관계 문제의 주인으로서 자기 앞에 부과된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을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에 대한 미국의 압류 조치 등으로 북미관계가 파열음을 내는 상황에서 남측이 '민족공조'보다는 '한미공조'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메아리는 또 남측이 "말로만 북남선언 이행을 떠들고 실제로는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한다며 이는 "외세 의존적이며 민족 허무주의적인 태도"라고 거듭 비난했다.

그러면서 "숭배를 해도 자기 민족을 숭배하고, 믿어도 자기 민족의 힘을 믿어야 하며, 통일논의를 해도 자기 민족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외매체인 '조선의오늘'은 민족화해협의회 부원 명의의 글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우리 민족 내부문제"로 반복해 거론하며 "구태여 외세가 개입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매체는 "북과 남 사이에 제기되는 모든 문제는 오직 그 직접적 당사자인 우리 민족이 주인이 되어 자주적으로 해결해나갈 때만이 응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의 오늘'은 이날 '내외의 우려를 자아내는 불순한 행위' 제하의 또 다른 글에서는 한미동맹 활동을 나열해 거론하며 "북남대화의 막뒤에서 위험천만한 군사적 도발 책동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자주는 위대한 승리와 번영의 기치'라는 글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민족의 자존심이 침식되는 줄도 모르고 남의 것을 덮어놓고 우상화하며 외부의 원조 없이는 일떠설 수 없다는 사대주의, 패배주의적 관점"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 외무성은 24일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지 않는 이상 조미(북미)대화는 언제 가도 재개될 수 없으며 핵 문제 해결 전망도 그만큼 요원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