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평가 인수한 라임운용…헤지펀드서 PEF로 '영토 확장'
라임자산운용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캑터스PE(프라이빗에쿼티)와 손잡고 최근 한국자산평가를 인수했다. 주식, 대체투자 중심의 헤지펀드 운용사에서 PEF로 영토 확장을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라임자산운용과 캑터스PE 컨소시엄은 유진PE가 보유한 한국자산평가 지분 90.52%를 718억원에 인수했다. 신한금융투자가 선순위로 인수금융을 제공하고 라임자산운용과 캑터스PE가 각각 중순위, 후순위 금융을 맡았다.

라임자산운용이 인수한 한국자산평가는 한국 최초의 채권가격 평가회사다. 2000년 설립된 뒤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채권평가는 평가 결과에 대한 시장 참여자의 신뢰가 중요하다.

경험과 전문성이 없으면 뛰어들 수 없는, 진입장벽이 높은 사업으로 평가된다. 이로 인해 한국자산평가 인수전에는 한국기업평가, 한라 등 다양한 기업이 참여했다. 소은석 라임자산운용 기업투자본부장은 “한국자산평가는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매력적인 투자처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발전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한국자산평가는 채권뿐 아니라 장외주식, 부동산, 대체투자자산, 처분제한 주식 등의 평가 업무도 하고 있다. 인수합병(M&A) 관련 기업가치와 부실자산(NLP) 등을 평가하는 것도 주된 업무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메자닌, 파생상품 등 정확한 가치 평가가 필요한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의 규모가 커지면서 자산운용업계가 성장할 때 함께 커갈 수 있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회계감사 강화 흐름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 대표는 “지난해 감사 시즌 때 비시장성 지분가치에 대한 이견으로 감사를 제때 마무리하지 못한 기업이 많았다”며 “이 분야에서 정확한 평가가 갈수록 중요해져 한국자산평가의 역할도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라임자산운용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앞으로 PEF 부문 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원 대표는 “PEF 시장이 커질 것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상속·증여세율이 50%에 달할 만큼 높아 상속을 포기하고 매물로 나오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PEF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다”며 “향후 꾸준히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임자산운용은 5본부 9개 팀이던 조직을 8본부 10개 팀으로 지난해 5월 개편하는 등 약 1년간 사업 확장에 대비해왔다. 부동산본부, 채권운용본부, 기업투자본부 등을 새로 꾸리고 한국형 헤지펀드 운용 이외 다양한 먹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 대표는 “지금까지 라임자산운용은 대체투자에만 강하다는 시장의 편견이 있었다”며 “비상장 기업 투자와 M&A 딜에 이르기까지 투자 영역을 대폭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