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종목 올라타라"…추세매매의 핵심은 '물타기' 아닌 '불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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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의 시대 - 투자 대가에게 길을 묻다
(9) 제시 리버모어 '추세매매의 대가'
피라미딩 기법으로 상승주 판별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마라
코스피 적용 16년간 1075% 수익
(9) 제시 리버모어 '추세매매의 대가'
피라미딩 기법으로 상승주 판별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마라
코스피 적용 16년간 1075% 수익
월스트리트의 황제로 불렸으나 네 번의 파산 끝에 권총 자살로 삶을 마감한 제시 리버모어. 그는 추세매매의 대부로 일컬어진다. 단타매매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 리버모어는 몇 번의 파산에서 배워가며 시장 추세에 주목하는 그만의 투자법을 정립했다. 추세를 읽고 확인하기 위해 ‘물타기’(하락 시 추가 매수)가 아니라 ‘불타기’(상승 시 추가 매수)를 택하는 방식이었다. “손실은 자르고 이익은 달리게 놔둬라”라는 데이비드 리카도의 말처럼 오르는 자산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꼬마 투기꾼에서 전설의 트레이더로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증권회사 호가판 사환으로 일하던 리버모어는 14세부터 주식 거래를 시작했다. 커다란 호가판에 변동된 주가를 기록하며 익힌 차트 읽는 방법을 이용했다. 사설 거래소에서 주가 움직임을 예측해 단타 매매로 1만달러 이상을 벌기도 했다. 사설 거래소에선 그를 ‘꼬마 투기꾼’이라며 경계했다. 그는 뉴욕거래소라는 큰 바다로 나간다. 세 번의 파산을 겪었지만 이곳에서 돈과 명예를 얻었다. 세 번째 파산 이후 그는 자신의 매매기법에 따라 며칠 만에 5만달러를 벌어들인다. 이후 15년간 연평균 66%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인생의 전성기를 누린다.
그가 유명해진 해는 1929년이다. 리버모어는 세계 대공황 상황에서도 패닉에 빠지지 않고, 매도 포지션에 ‘베팅’했다. 그리고 10월 주가 대폭락을 계기로 1억달러를 벌었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20억달러(약 2조3880억원)에 달하는 돈이다. 행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주가 대폭락의 원흉으로 꼽히며 비난과 협박이 쏟아졌고, 우울증과 방탕한 생활은 도를 넘어섰다. 그는 1934년 5월 네 번째 파산했으며 1940년 11월 권총 자살로 생을 마무리했다.
물 대신 불을 타라
그의 투자법은 절대 모멘텀 기법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방식으로 오르는 주식에 베팅하는 것이다. 오르는 모습이 확실해지기 전까진 투자하지 않았다. 그는 “움직이는 횡보장에서는 위 방향이든 아래 방향이든 다가올 큰 폭의 가격 움직임을 예상하려는 시도는 의미가 없다”며 “가격이 어느 방향이건 한계 범위를 돌파하기 전까지는 시장에 참여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르는 주식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피라미딩 기법이라는 독특한 투자법을 고안해냈다. 예를 들어 한 주식을 주당 100원에 2000주를 매수했는데 주가가 101원이 됐다면 옳은 판단을 한 것이니 2000주를 추가로 매수한다. 그러고도 가격이 오르면 2000주를 추가로 매수하는 식이다. 만약 매수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떨어진다면 추가 매입을 멈추고, 추가 하락한다면 주식을 매도했다. 그는 “주식을 너무 싼 가격에 사들이거나 쉽게 매수하길 원하지 않는다”며 “매수할 때 평균 매수 단가는 점차 높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추세를 읽고 이를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익을 실현한 뒤 조정 시 다시 매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며 “내가 큰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사고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 아니라 진득하게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적용한다면…
리버모어의 투자전략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투자자에게도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키움증권이 그의 전략을 토대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모의투자한 결과, 2002년(블룸버그 데이터 확보가 가능한 시점)부터 작년까지 수익률(누적 기준)은 코스피200지수 상승률을 다섯 배 가까이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리버모어의 절대 모멘텀 전략에 맞는 투자 종목을 뽑기 위해 우량주 위주의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된 종목 중 12개월 수익률 상위 20개 종목에 투자했다. 모멘텀 전략은 추세에 민감하기 때문에 2002년부터 매 분기 말 리밸런싱(종목 교체)하는 방식으로 추산했다. 그 결과 16년간 누적 수익률은 1075%였다. 연환산 복리로 29%의 수익률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지수는 226% 올랐다.
게리 안토니치의 듀얼 모멘텀과 리버모어의 절대 모멘텀 전략을 비교하기 위해 유가증권시장 업종을 대상으로 추가 모의투자를 해봤다. 절대 모멘텀은 12개월 수익률이 높은 상위 5개 업종을 매수하고, 듀얼 모멘텀은 이 조건에 12개월 수익률이 0보다 크지 않은 업종은 제외하는 방식을 따랐다. 이 결과 절대 모멘텀의 수익률이 414%로 듀얼 모멘텀(303%)을 크게 앞질렀다. 다만 최대 손실폭은 듀얼 모멘텀이 -43%로 절대 모멘텀(-56%)보다 낮았다.
리버모어의 전략을 바탕으로 올해 한국 증시에서 투자할 만한 종목으로는 한세실업 한섬 등 패션주와 엔씨소프트 등 게임주, LG유플러스 SK텔레콤 등 통신주가 꼽혔다.
ETF 투자 등에 적용할 만
리버모어의 투자법은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투자하려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성봉 삼성증권 글로벌영업전략팀장은 “한국 투자자들의 80%는 1개월에 한 번 이상 매매한다”며 “이들에겐 장기간 투자해야 하는 가치투자자들의 방법보다는 모멘텀 전략이 더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종목보다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할 때 유용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성규 삼성자산운용 EMP운용팀장은 “리버모어의 투자철학이 반영된 모멘텀 전략은 개별 주식에 비해 더 넓은 자산군에 적용할 때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EMP(ETF 자문 포트폴리오) 펀드 등에서도 절대추세에 의해 하락장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시장의 큰 추세를 추종해 상승장에서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전략을 취한다”고 말했다.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리버모어조차 하루에 2조원이 넘는 돈을 벌기도 했지만 네 번이나 파산하는 등 굴곡진 삶을 살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남의 말을 듣고 단타를 하기보단 시장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리버모어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투자하는 것을 극도로 혐오했다. 그는 “비밀정보에 솔깃하게 되는 것은 탐욕으로 눈이 멀었다기보다는 어떤 생각도 하지 않으려는 게으름 때문”이라며 “다른 사람의 행동지침을 듣고 따른다면 누구도 큰 부자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증권회사 호가판 사환으로 일하던 리버모어는 14세부터 주식 거래를 시작했다. 커다란 호가판에 변동된 주가를 기록하며 익힌 차트 읽는 방법을 이용했다. 사설 거래소에서 주가 움직임을 예측해 단타 매매로 1만달러 이상을 벌기도 했다. 사설 거래소에선 그를 ‘꼬마 투기꾼’이라며 경계했다. 그는 뉴욕거래소라는 큰 바다로 나간다. 세 번의 파산을 겪었지만 이곳에서 돈과 명예를 얻었다. 세 번째 파산 이후 그는 자신의 매매기법에 따라 며칠 만에 5만달러를 벌어들인다. 이후 15년간 연평균 66%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인생의 전성기를 누린다.
그가 유명해진 해는 1929년이다. 리버모어는 세계 대공황 상황에서도 패닉에 빠지지 않고, 매도 포지션에 ‘베팅’했다. 그리고 10월 주가 대폭락을 계기로 1억달러를 벌었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20억달러(약 2조3880억원)에 달하는 돈이다. 행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주가 대폭락의 원흉으로 꼽히며 비난과 협박이 쏟아졌고, 우울증과 방탕한 생활은 도를 넘어섰다. 그는 1934년 5월 네 번째 파산했으며 1940년 11월 권총 자살로 생을 마무리했다.
물 대신 불을 타라
그의 투자법은 절대 모멘텀 기법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방식으로 오르는 주식에 베팅하는 것이다. 오르는 모습이 확실해지기 전까진 투자하지 않았다. 그는 “움직이는 횡보장에서는 위 방향이든 아래 방향이든 다가올 큰 폭의 가격 움직임을 예상하려는 시도는 의미가 없다”며 “가격이 어느 방향이건 한계 범위를 돌파하기 전까지는 시장에 참여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르는 주식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피라미딩 기법이라는 독특한 투자법을 고안해냈다. 예를 들어 한 주식을 주당 100원에 2000주를 매수했는데 주가가 101원이 됐다면 옳은 판단을 한 것이니 2000주를 추가로 매수한다. 그러고도 가격이 오르면 2000주를 추가로 매수하는 식이다. 만약 매수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떨어진다면 추가 매입을 멈추고, 추가 하락한다면 주식을 매도했다. 그는 “주식을 너무 싼 가격에 사들이거나 쉽게 매수하길 원하지 않는다”며 “매수할 때 평균 매수 단가는 점차 높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추세를 읽고 이를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익을 실현한 뒤 조정 시 다시 매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며 “내가 큰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사고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 아니라 진득하게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적용한다면…
리버모어의 투자전략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투자자에게도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키움증권이 그의 전략을 토대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모의투자한 결과, 2002년(블룸버그 데이터 확보가 가능한 시점)부터 작년까지 수익률(누적 기준)은 코스피200지수 상승률을 다섯 배 가까이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리버모어의 절대 모멘텀 전략에 맞는 투자 종목을 뽑기 위해 우량주 위주의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된 종목 중 12개월 수익률 상위 20개 종목에 투자했다. 모멘텀 전략은 추세에 민감하기 때문에 2002년부터 매 분기 말 리밸런싱(종목 교체)하는 방식으로 추산했다. 그 결과 16년간 누적 수익률은 1075%였다. 연환산 복리로 29%의 수익률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지수는 226% 올랐다.
게리 안토니치의 듀얼 모멘텀과 리버모어의 절대 모멘텀 전략을 비교하기 위해 유가증권시장 업종을 대상으로 추가 모의투자를 해봤다. 절대 모멘텀은 12개월 수익률이 높은 상위 5개 업종을 매수하고, 듀얼 모멘텀은 이 조건에 12개월 수익률이 0보다 크지 않은 업종은 제외하는 방식을 따랐다. 이 결과 절대 모멘텀의 수익률이 414%로 듀얼 모멘텀(303%)을 크게 앞질렀다. 다만 최대 손실폭은 듀얼 모멘텀이 -43%로 절대 모멘텀(-56%)보다 낮았다.
리버모어의 전략을 바탕으로 올해 한국 증시에서 투자할 만한 종목으로는 한세실업 한섬 등 패션주와 엔씨소프트 등 게임주, LG유플러스 SK텔레콤 등 통신주가 꼽혔다.
ETF 투자 등에 적용할 만
리버모어의 투자법은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투자하려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성봉 삼성증권 글로벌영업전략팀장은 “한국 투자자들의 80%는 1개월에 한 번 이상 매매한다”며 “이들에겐 장기간 투자해야 하는 가치투자자들의 방법보다는 모멘텀 전략이 더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종목보다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할 때 유용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성규 삼성자산운용 EMP운용팀장은 “리버모어의 투자철학이 반영된 모멘텀 전략은 개별 주식에 비해 더 넓은 자산군에 적용할 때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EMP(ETF 자문 포트폴리오) 펀드 등에서도 절대추세에 의해 하락장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시장의 큰 추세를 추종해 상승장에서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전략을 취한다”고 말했다.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리버모어조차 하루에 2조원이 넘는 돈을 벌기도 했지만 네 번이나 파산하는 등 굴곡진 삶을 살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남의 말을 듣고 단타를 하기보단 시장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리버모어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투자하는 것을 극도로 혐오했다. 그는 “비밀정보에 솔깃하게 되는 것은 탐욕으로 눈이 멀었다기보다는 어떤 생각도 하지 않으려는 게으름 때문”이라며 “다른 사람의 행동지침을 듣고 따른다면 누구도 큰 부자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