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라이트 - 미국 투자자문회사인 인베스트먼트퀄리티트렌즈(IQT)의 뉴스레터 편집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로 활동하고 있다.

켈리 라이트는 배당주 투자 전략을 집대성한 투자 전문가다. 배당주 투자는 라이트 이전에도 있었다. 라이트는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 등 가치투자자들이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 등으로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낸 것처럼 배당을 통해 블루칩을 선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그 투자법을 진화시켰다. 가치투자의 토대에 배당주 투자라는 집을 지은 것이다.

그가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과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등을 잇는 가치투자자로 인정받는 이유다. 라이트는 “기업이 발표하는 순이익과 장부가치는 그 기업의 내재가치를 측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배당은 기업이 수익을 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라고 설파했다.
"거짓말 않는 배당에 베팅하라"…高배당 종목 분산투자로 729% 수익
배당에서 찾은 내재가치

라이트는 대학시절 그레이엄의 저서 《현명한 투자자》를 접하고 ‘다우이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우의 책을 읽으며 투자를 배웠다. 1984년 증권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한 뒤 1989년 배당주 투자에 본격 나섰다. 2002년부터는 배당투자 관련 투자 뉴스레터인 ‘인베스트먼트퀄리티트렌즈(IQT)’의 편집장이 됐다. 현재 이 간행물의 편집장인 동시에 같은 이름의 투자자문회사 인베스트먼트퀄리티트렌즈의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일하고 있다.

그는 배당은 회사가 건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했다. 재무제표 등은 속일 수 있고, 속이는 경우도 많지만 배당은 현금으로 주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의 투자원칙을 정리한 책이 《절대로! 배당은 거짓말하지 않는다》이다.

배당주 투자는 꼬박꼬박 수익을 챙길 수 있어 매력적이다. 주가가 하락해도 배당수익을 통해 손실의 일부를 만회할 수 있다.

라이트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배당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당수익률을 통해 기업의 적정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배당수익률의 흐름을 추적하면 주가가 저평가됐는지, 고평가됐는지 알 수 있다”며 “저평가 영역에서 주식을 사고 고평가됐을 때 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당을 강조하지만 배당성향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경계했다. 지나친 배당은 회사의 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를 가로막는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지속적으로 배당이 증가하는 것은 좋지만 배당성향이 과도하게 높으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김지운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매니저는 “고배당 기업이어서 투자했지만 회사가 고배당을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해 배당을 줄이면 주가가 폭락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튼튼한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배당이 증가하는 기업에 투자해야 주가 상승을 통한 자본수익과 배당을 통한 배당수익 모두 안정적으로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에 적용해봤더니…

라이트의 투자전략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투자자에게도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키움증권이 그의 전략을 토대로 자산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모의투자한 결과, 2002년(블룸버그 데이터 확보가 가능한 시점)부터 작년까지 수익률(누적 기준)은 코스피200지수 상승률의 세 배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주 투자 종목을 뽑기 위해 우량주 위주의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된 종목 중 △과거 5년 연속 배당 지급 △과거 3년간 주당 배당금이 증가 또는 유지 △과거 4년 중 최소한 세 번 이상 당기순이익 증가 △배당성향 60% 이하 △배당수익률 10% 이하인 기업을 추렸다. 이후 배당수익률이 높은 상위 20개 종목에 투자했다. 2002년부터 매년 4월 1일 리밸런싱(종목 교체)하는 방식으로 추산했다.

그 결과 16년간 누적 수익률은 729%였다. 연환산 복리로 22.49%의 수익률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지수는 226% 올랐다. 배당 수익을 제외하고 주가 상승만을 비교해도 라이트의 전략이 우위였다. 16년간 602%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지수 수익률은 139%였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라이트의 전략에 따라 배당을 꾸준히 주는 건실한 기업에 투자하고, 배당을 재투자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략을 바탕으로 올해 한국 증시에서 투자할 만한 종목으로는 하나금융지주 기업은행 KB금융 신한지주 NH투자증권 등 금융회사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주가 꼽혔다. GS LG LS 삼양홀딩스 등 지주사도 담을 만한 종목으로 선정됐다.

배당주에 분산투자하라

라이트가 가치투자자인 만큼 그의 전략은 장기 투자에 적합하다. 그는 “시장은 비합리적이고 투자자들의 인식에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저평가된 주식을 샀다고 바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보유기간이 줄어들수록 주식의 승률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는 좋은 종목을 발견했다고 해서 ‘올인’하기보다는 포트폴리오를 짜서 분산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라이트는 “배당가치 투자전략은 단일 종목에 대한 베팅이 아니라 적어도 20개 종목 이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을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특정 섹터와 업종의 비중 상한선도 정해두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한국 시장에서 배당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지금이 배당주 투자의 적기라는 조언도 나온다. 김 매니저는 “한국의 배당성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0% 중반에 비해 낮지만 지속적으로 상향하는 추세”라며 “배당성장주 투자 전략이 유효한 시기”라고 평가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