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전체 노동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公기관 '그들만의 잔치' 비판에도…작년에만 1만4천여명 정규직 전환
1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39개 공공기관 중 223곳은 비정규직 1만432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2017년 전환 인원(6692명)보다 114% 급증했다. 2016년 3977명의 세 배를 웃도는 인원이다. 한국마사회는 작년에만 1921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부산대병원에서는 1022명, 코레일테크에선 541명, 국립공원공단에선 508명이 각각 정규직이 됐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정책에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화답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은 비정규직 수가 660만 명에 달하는 민간 시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민간부문의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전년보다 3만6000명 늘었다. 전체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33.2%로 4년 연속 상승했다. 지난해 정부 지원금 등이 들어가는 공공행정 일자리(5만2000명)는 증가한 데 반해 최저임금 인상에 민감한 도소매(-7만2000명), 숙박·음식(-4만5000명), 사업시설관리(-6만3000명) 등 3개 업종에선 18만 개가량의 일자리가 날아갔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민간 고용이 위축된 상황에서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공기관들이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공공기관 1인당 평균 연봉은 6798만원이었다. 2017년 기준 직장인 평균 연봉(3519만원)의 두 배 수준이다. 퇴직 직전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공공기관이 27.4년으로 민간 기업(16.3년)보다 훨씬 길다. 김원식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교수는 “유연성이 떨어지는 공공기관의 특성상 급속한 정규직화는 향후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부문 고용이 민간 일자리를 밀어내는 ‘구축효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된 17개국을 분석한 ‘공공 고용 및 노동시장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부문 일자리가 1개 생길 경우 민간 일자리는 평균 1.5개 사라졌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