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면 미국 경제가 크게 타격받을 것이라는 관측은 거의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문제는 그 타격이 얼마나 크게 나타날 것인가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트위터를 통해 2000억달러(약 220조원)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10일부터 10%에서 25%로 인상한다고 갑자기 발표했다. 또한 3250억달러 상당의 다른 수입품에도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면서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트위터 전만 해도 미·중이 협상 타결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심지어 지난해 부과된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것까지 합의문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됐다. 이런 모든 점을 감안할 때 지난주 주가 변동이 극심했던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美 경제 호조가 무역전쟁 배경

물론 이번 협상이 합의될 가능성은 아직 존재한다. 중국 측에서 무역협상을 이끈 류허 부총리는 9일부터 이틀간 워싱턴DC에서 미국 측과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양측에서 한쪽의 완전한 양보 없이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이러니컬하지만 백악관은 미국의 강한 경제지표에 자극받아 미국 경제가 높은 관세를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확신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위스 글로벌 금융그룹 UBS의 이코노미스트 세스 카펜터는 관세는 ‘정확한 대가’를 수반한다고 지적했다. 미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1분기 연율 3.2% 증가를 기록해 호조를 보였지만 이 같은 성장의 대부분은 수입 감소로 인해 미국 무역적자가 줄어들고 기업들이 재고를 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무역 및 재고 변동의 영향을 제외한 1분기 미국의 민간 최종 소비는 전 분기 대비 1.4%밖에 증가하지 않아 2015년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중앙은행(Fed)에서 발표하는 광공업생산지수는 1분기 하락했고 4월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지수도 2016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는 등 제조업의 타격이 크다. 관세 인상이 이만큼 악영향을 끼친 이유의 하나는 달러로 표시된 관세 인상분이 상대적으로 낮게 보였지만, 중국에서 수입되는 일부 핵심 부품의 공급이 줄어들어 제조업 생산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Fed 금리인하 기대하나

제조업체들은 이제 중국산 부품의 대체 구입처를 찾는 노하우를 어느 정도 쌓았기 때문에 관세 인상에 대한 내성이 커졌을지 모른다. 그런데 합의가 눈앞에 와 있다는 소식이 나온 지 몇 달 만에 일어난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급선회는 기업들의 영업 기획에서 불투명성을 높이고 신뢰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물론 중국의 보복 조치의 시기와 범위가 불분명한 상태이긴 하지만 말이다.

Fed의 금리 인상 중단 결정이 지난해 부과된 관세가 경제에 끼친 악영향을 줄였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그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무역 마찰을 둘러싼 우려가 금리 인상을 보류하게 한 이유 중 하나였던 것이다. Fed는 미국 경제의 견고함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Fed에 요구하고 있는 다음 스텝, 즉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위해선 아마도 경제가 악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원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 보다 신중해야 할 것이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저스틴 라하르트 칼럼니스트가 ‘The U.S. Economy Isn’t Tariff-Proof’라는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쓴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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