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어려운 상대' 불평하면서도 '긍정적 전망 유지하라' 지시"
WP "트럼프·김정은, 북미협상 과정에서 내부 강경파와 다툼중"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미국의 북한 화물선 압류로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그간 대화 기조를 유지해온 양국 정상과 내부 강경파들 사이의 '내전'이 주목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최근 긴장 국면 이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경파들과 내부 다툼을 이어왔다고 보도했다.

WP는 "북미의 맞불 도발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십 년간의 불신을 극복할 열쇠라고 내세웠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개인적 관계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표현했다
두 차례의 회담을 통해 각별한 케미를 과시했던 두 정상은 이 과정에서 자신들을 실망시키는 내부 강경파들을 비난해왔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당시 대북 강경론자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찬에서 배제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백악관 관리들에게 볼턴이 북한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엔 이전의 대북 제재가 자신의 승인 없이 부과됐다며 화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일부 미 정부 관리들의 우려에도 대북 식량 원조를 지지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도 하노이 회담 결렬 후 강경파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통일전선부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여론의 비판에 점점 불만이 커지고 있으며, 사적인 자리에선 김 위원장이 까다롭고 변덕스러운 협상 파트너라고 불평했다고 WP는 전했다.

최근 사적인 지지자 모임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한 후 머리를 다른 이들이 보도록 전시했다는 내용 등에 관한 상세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 참석자가 WP에 말했다.

장성택 처형 방식은 아직 정확히 확인된 바 없으나, 총기로 처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시신이 외부에 전시됐다는 보고나 언론 보도가 나온 적도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인 불만 속에서도 참모들에게 북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라'고 지시해왔다고 WP는 밝혔다.

김 위원장의 경우 하노이 회담의 결렬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에 가장 많이 화가 났다고 북미회담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후 대미 라인을 교체한 김 위원장은 최선희 외무상 제1부상을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볼턴 보좌관 같은 미국 내 강경파들을 비난했다.

북측의 타깃에서 벗어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최근 북한의 인사 개편 이후 최선희 제1부상에게 회담을 요청했으나 아직 답을 듣지 못했다고 복수의 외교관이 전했다.

WP는 이 같은 북한의 무응답은 비건의 대화 상대가 누가 돼야 할지에 대한 북측의 숙고 때문일 수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누구와도 협상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