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시장경제 배신하는 '보은·배은 적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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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연·지연에 좌우되는 사외이사·감사위원
경영감시보다 보은성 회사 편들기 많을 뿐
본연의 임무 충실토록 법적 책임 강화해야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
경영감시보다 보은성 회사 편들기 많을 뿐
본연의 임무 충실토록 법적 책임 강화해야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
![[다산 칼럼] 시장경제 배신하는 '보은·배은 적폐'](https://img.hankyung.com/photo/201905/07.14230535.1.jpg)
보은과 배은의 말다툼이 가장 치열한 동네는 정치권이다. 집권 초기에는 보은 잔치로 흥청거리지만, 임기 중반을 넘어서면 불만이 싹트고 정권이 바뀌면 배은망덕을 따지는 과거사 들추기가 어김없이 재연된다. 가장 적합한 인사를 선임하는 것은 공직자 본연의 책무다. 배은을 따지는 것은 애당초 공정하지 못한 인사였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사항이 없는지 따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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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영감시가 주된 업무인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의 경우는 생각이 달라진다. 회계와 재무 및 상사법 전문성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학연·지연 및 로비 능력 쪽으로 흘러간다. 전문성과 독립성이 부족한 사외이사·감사위원의 부실한 통제는 화근으로 돌변한다. 충격적 파생상품 거래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233년 전통의 베어링은행을 파산시킨 1995년 선물(先物)거래 파동은 하급직원인 닉 리슨의 독단을 내부통제를 통해 걸러내지 못한 결과다.
필자는 ‘카드대란’이 발생한 2003년 LG카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을 맡았다. 무분별한 카드발급과 정부의 추심규제 강화가 맞물려 대금 연체가 급증했다. 오랫동안 카드채를 인수하던 은행이 신규 인수뿐만 아니라 차환도 거절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다. 개인별 카드사용 한도만 계속 늘려주면 대손실적이 제대로 계상되지 않는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연체로 진입하는 비율’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설정하도록 바꾸고 감시를 강화했다. 외국계 금융회사가 파생상품 성격이 가미된 자금공급을 제안했고 회사는 위험을 감수하고 받아들였다. 매주 여러 건의 파생상품 거래가 이사회에 부의됐고 거래구조를 파악하고 숨은 위험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소요됐다. 밤새워 검토한 날도 많았다. LG그룹이 LG투자증권을 끼워 LG카드를 채권단에 넘겼고 결국은 신한카드로 승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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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계약 체결뿐만 아니라 공시도 이사회와 감사위원회가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공시 시기와 방법’을 이사회 의안 표지에 명기하는 회사도 있다. 내부통제 강화를 제안하면 회사 편을 들고 나서면서 공연히 일을 복잡하게 만든다며 비판하는 사외이사가 있다. 이런 유형의 저급한 보은이 회사를 위기에 빠뜨린다. 사외이사·감사위원이 전문성·독립성을 가지고 본연의 직무에 충실하도록 법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국민주권의 민주국가와 유한책임이 전제된 주식회사 중심의 시장경제를 배신하는 ‘보은·배은 적폐’는 속히 청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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