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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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페인트 업체 강남제비스코의 경기도 안양공장에서 최근 대형 화재사고가 발생한 직후 기관투자가들이 이 회사 주식 ‘사자’에 나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무구조가 건전한데다 불이 난 공장부지 매각에 따른 현금유입도 기대되면서 저가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강남제비스코는 경기도 군포시 안양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공장 내 7개 설비를 통한 생산을 중단했다고 지난 2일 공시했다. 생산을 멈춘 설비 등에서 작년에 거둔 매출은 870억원으로, 연매출의 28.3% 규모다. 회사 측은 “경기도 평택공장, 경남 함안공장 등과 외부 협력업체를 통해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화재 공시를 낸 2일 강남제비스코는 550원(2.03%) 오른 2만7700원에 마감했다. 이날 기관은 1만1000주 가량을 순매수했다. 3일에도 기관은 4600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주로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됐다.

증권업계에선 “기관들이 대형 악재에도 회사의 가치에 근거해 저가매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왔다. 화재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지만, 해당 공장은 재산종합보험(보험가입금 541억원)에 가입돼 있어 피해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강남제비스코 관계자는 “보험회사에서 피해 보상액을 산정 중으로 금액이 확정되면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화재가 난 안양공장은 강남제비스코가 내년까지 경기도 평택시 포승공단 내 소유부지로 단계적 이전을 추진 중이던 곳이었다.

‘현금부자’인 이 회사에 현금이 추가로 유입될 수 있다는 점도 부각됐다. 작년 말 기준 강남제비스코의 현금성자산(현금 및 현금성자산, 금융기관예치금 등)은 713억원에 달한다. 안양공장이 전부 이전된 후 해당 부지(7만5822㎡)가 매각되면 보유현금이 더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안양공장의 땅값은 약 150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보유 순현금과 해당부지의 가치를 합산하면 현재 시가총액(1801억원)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건설, 조선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된 점은 리스크(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강남제비스코의 영업이익(17억원)은 전년에 비해 88.7% 급감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안료·유지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따라 오르는 점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