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美 국무장관. 사진=AP
마이크 폼페이오 美 국무장관. 사진=AP
‘한 나라 두 대통령’ 정국 혼란에 빠진 베네수엘라를 놓고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권 다툼에 들어갔다.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을 지지하는 미국은 군사 개입 가능성을 거론하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정권을 압박하고 나섰다. 마두로 대통령 편인 러시아는 미국의 개입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반격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많은 이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거리로 나서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도 이날 열린 미 하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에서 “미군은 베네수엘라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대통령의 추가 요구가 있을 경우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은 “모든 선택지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마두로 대통령 정권을 지지하는 러시아 등에 대해서도 공세를 취했다. 모건 오타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폼페이오 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통화해 러시아와 쿠바 개입은 베네수엘라 정국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을 했다”고 밝혔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MSN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쿠바가 ‘폭력배(thug)’ 마두로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 바로 쿠데타”라며 “미국은 과이도가 현 정권으로부터 탄압받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언론 보도문을 내고 “사태의 본질은 미국의 명백한 지원을 업고 베네수엘라 야권이 권력 찬탈을 시도하는 것”이라며 “외국에 대한 내정 간섭과 국가 지도부에 대한 위협은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맞섰다. 러시아 외무부는 “민주적이지 못한 외부의 무력 개입은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달 30일에 이어 노동절인 1일에도 이틀째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벌어졌다. 그러나 야권이 주도한 마두로 정권 퇴진 운동이 예상외로 큰 동력을 얻지 못하면서 군사 봉기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두로 대통령은 작년 5월 대선에서 재선해 지난 1월 임기를 시작했다. 과이도 국회의장은 작년 대선은 불법선거라며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