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침체 속 윈하이텍의 이유있는 승승장구
호반건설이 2년 전 착공한 경기 시흥시의 ‘시흥 배곧신도시 아브뉴프랑 센트럴’은 지하 암반층이 발견돼 공사 기간(공기) 연장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지하암반층이란 돌발변수로 늦춰진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선 새로운 공법을 찾아야 했다. 고민 끝에 콘크리트를 붓기 위한 건물 기둥 등 모형의 임시 구조물인 ‘합판 거푸집’을 바꾸기로 했다. 통상 거푸집을 만들고 세우는 데 인력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호반건설이 찾아낸 것은 윈하이텍의 DH빔(보 데크)이었다. DH빔은 합판거푸집의 대체재로, 조립식 철판 거푸집(데크플레이트)의 일종이다. 호반건설은 공기 단축으로 지상층 추가 공사까지 따냈다.

데크플레이트 전문기업인 윈하이텍이 부동산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건설자재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이유다.

변천섭 윈하이텍 대표(사진)는 “데크플레이트는 주 52시간 근로제 시대에 건설회사가 도입하는 필수 공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DH빔 등 신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꾸준히 개척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 침체 속 윈하이텍의 이유있는 승승장구
‘쑥쑥’ 커가는 데크플레이트 시장

데크플레이트는 건설공정 중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금속 조립 구조재다. 일본에서 먼저 도입된 뒤 국내에선 1990년대부터 일부 업체가 제조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시장 규모를 6000억원대로 추정했다. 공항, 철도역사, 공장, 빌딩, 상업시설 지하주차장 등이 주요 사용처다. 연간 착공실적 중 데크플레이트 적용 면적은 2014년 10%, 2016년 12%에 이어 지난해 15%대로 높아지는 추세다.

강판과 지지대 역할을 하는 철골 구조로 이뤄진 데크플레이트로 공사하면 기존 합판거푸집에 비해 공기가 30%가량 줄어든다. 데크플레이트 자체 비용은 합판거푸집보다 비싸다. 하지만 목수가 조립하는 대신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제조하기 때문에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거푸집에 비해 15%가량 저렴하다는 게 변 대표의 설명이다. 크레인으로 데크플레이트를 옮기기 때문에 고층 거푸집 작업으로 인한 안전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품질 수준이 균일하고 건설 폐기물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건설 현장에서도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된 뒤 공기를 단축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대체재로 평가받고 있다.

데크플레이트로 시공 중인 건설현장.
데크플레이트로 시공 중인 건설현장.
DH빔 등 신제품이 성장동력

윈하이텍 매출의 75%는 ‘철선일체형 데크플레이트(엑스트라 데크)’가 차지하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 신제품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2016년 10억원이었던 DH빔 매출은 지난해 90억원으로 9배로 성장했다. 엑스트라 데크 후속으로 콘크리트 작업 후 제거할 수 있는 ‘탈형 데크’(노바 데크), 가운데가 비어 가벼운 중공재(합성수지)와 데크를 결합한 ‘중공슬래브 데크’(보이드 데크)도 주문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볼트 분리로 편리하게 강판을 제거할 수 있는 탈형 데크는 유일하게 조달청 우수제품으로 선정돼 올해 120억원 이상의 매출이 예상된다. 회사 측은 지난해 700억원이었던 데크플레이트 매출이 올해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하이텍은 시장의 주문 납기를 맞추기 위해 올해 100억원을 투입, 충북 음성에 제2공장을 짓기로 했다.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와 서울 고덕강일지구 아파트 시공에 VPS(스티로폼 중공재) 데크를 납품하는 계약도 맺었다. 아파트는 그동안 벽식 구조여서 기둥식 구조에 적합한 데크플레이트를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둥식 구조로 짓는 아파트가 증가하면 VPS 데크도 주목받을 전망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