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그룹 전 부회장 징역 5년…돈스코이 국제거래소 전 대표 징역 4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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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인근 해저에서 러시아 함선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며 투자자들에게 사기 행각을 벌인 신일해양기술(구 신일그룹) 주요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작년 7월 이 사건이 집중적인 관심을 받은 이후 관련 재판에서 유죄 선고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최연미 판사는 1일 김모(52) 전 신일그룹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018년에도 사기죄로 징역 1년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태였던 김 전 부회장은 누범 기간에 사기 범행을 다시 저질러 형이 가중됐다.

재판부는 김 부회장과 같이 기소된 '신일그룹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전 대표 허모(58)씨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기망해 거액을 편취한 사건으로서 범행 수법이나 규모를 고려하면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현재까지 수천 명에 이르는 피해자들의 피해가 전혀 회복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피해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해외로 도주한 이 사건 주범 류승진의 친누나로, 신일그룹 대표이사를 맡았던 류모(49)씨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류씨는 돈스코이호 인양을 홍보하던 당시 코스닥 상장사 제일제강의 지분을 인수하는 계약을 개인 자격으로 체결해 이 종목을 일약 '보물선 테마주'로 올려놨던 인물이다.

류씨는 계약금만 냈을 뿐 잔금을 내지 못해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되지 못했다.

폭등했던 제일제강의 주가도 금세 제자리를 찾았다.

재판 내내 눈물을 흘리던 류씨는 실형이 선고되자 다리 힘이 빠진 듯 그자리에서 쓰러져 여성 방호원들의 부축을 받고 재판정 밖으로 나갔다.

재판부는 또 돈스코이호의 탐사 좌표 등을 제공한 진모(67)씨에게는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진씨는 다른 피고인들과 달리 범행을 모두 자백했다.

신일그룹과 신일 국제거래소는 돈스코이호에 금괴 200t이 실려 있어 그 가치가 150조 원에 달한다고 거짓으로 홍보하고, 가짜 가상화폐 신일골드코인(SGC)을 발행해 나눠주면서 피해자 수천 명으로부터 총 89억 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끌어모은 혐의(사기)를 받았다.

조사 결과 돈스코이호에 금괴가 있다는 이들의 주장은 근거가 없었다.

신일그룹은 이 배를 인양할 의사나 능력도 없었다고 수사기관은 판단했다.

피고인들은 구체적인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순차적, 암묵적으로 이뤄진 범행은 공모관계로 인정해야 한다"며 피고인들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