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돕기 겁나요"…스쿨미투 부작용 막으려면 [JOB다한 이야기]
≪사진 = 스쿨미투 운동, 한경DB≫

연예계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수치를 당하고도 숨죽여 살아야만 했던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사회 각계 각 층에서 나오고 있다. 교육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교사로부터 성추행을 겪은 학생들이나 상급자 또는 동료 남성 교사로부터 피해를 입은 여성 교사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할 가해자들이 오히려 당당하고 떳떳하게 지낼 수 있도록 구조화된 사회적 억울함이 미투 운동으로 바로잡히는 모양새다.

물리적이냐 사회적이냐를 떠나 모든 운동에 작용-반작용이 존재하듯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미투 운동이 일선 학교에서는 그릇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2017년 국정감사에서는 전라북도 교육청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경찰이 내사 종결한 전북 부안의 모 중학교 성추행 신고 사건에 대해 교육청과 인권센터의 무리한 조사로 송 모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건은 학생들의 거짓 진술로 인한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실제 현직 교사들에 따르면 스쿨미투(학내 성폭력 고발운동) 운동이 종종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된다고 한다. 학생들이 마음에 안 드는 선생님에게 성추행의 굴레를 씌우거나, 담배 소지를 적발하려고 소지품 검사를 하려고 하면 성추행이라고 반발하는 형태다.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일이 있어도 스쿨미투가 걱정돼 소극적이 된다고 한다. 직업계고 취업지도 교사 A씨는 “특성화고 재학생 중에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인문계를 포기한 경우도 있는데 취업이나 대학 진학 등을 물어보고 싶어도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을까 두려워 도움의 손길을 건네기 어려울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직장에서 남성 직원들이 여성 직원들을 멀리하는 이른 바 ‘펜스 룰(Pence Rule)’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경우 취업 지도 교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성공적인 사회 진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쿨미투가 이대로 중단돼서는 안 된다. 여전히 교사는 미성년인 학생들보다 교내에서 월등한 위치에 있고 직·간접적으로 학생들이 미래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사와 학생 간 문제에 대해 매뉴얼화 된 가이드가 필요한 이유다. 가령 소지품 검사를 할 경우 교사는 가이드에 따라 학생에게 제 3자 입회 하에 소지품을 전부 꺼내놓을 것을 요구한다. 학생이 불응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벌점 등을 부여하되 신체 접촉은 절대 하지 않는 규칙을 만드는 것이 예가 될 수 있다.

진학 또는 진로 상담을 할 때는 어린 학생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거나 열등감을 느낄만한 사안은 학부모 또는 보호자와 면담을 추진한다. 그마저 어려울 경우 담당 교사가 아닌 전문 상담 인력을 배치하는 조항을 정해 따르면 된다. 소방서, 경찰서 등 대민 봉사를 하는 관공서는 항상 매뉴얼이 있다. 학교 역시 여러 매뉴얼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성추행 등 교사와 학생 간 발생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상세 매뉴얼을 도입하자는 얘기다.

그릇된 의도로 학생들에게 접근해 다수 선량한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부 불량 교사를 걸러내고 학생들의 철없는 모함으로 희생되는 사례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교육당국·일선학교·학부모 모두의 의견을 모은 상황별 상세 행동규범과 기준을 속히 도입하기 바란다.

<글. 정유진 하이틴잡앤조이1618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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