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투약 인정` 박유천, 대중은 마약보다 `거짓말`에 분노한다
"얼마나 억울하면 구속이 되고도 결백을 주장할까..."

배우 겸 가수 박유천(33)씨를 사랑했던 일부 팬들은 마지막까지 일말의 기대를 놓지 않았다.

박씨가 정말 마약을 투약했다면 자칫 `대국민 사기극`으로 몰릴 수도 있는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까지 눈물로 결백을 호소했겠느냐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경찰수사 결과를 뒤집을 드라마 같은 반전은 없었다.

결국 이번 `마약스캔들`의 주인공격인 박씨가 혐의를 대부분 인정함으로써 한편의 `서스펜스`처럼 진행되던 이번 사건은 국민과 팬들에 대한 어이없는 `배신극`으로 막을 내렸다.

박 씨가 늦게나마 진실을 말하게 된 데에는 박 씨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마약 `양성반응` 검사 결과와 법원의 구속 결정이 결정타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등 수사당국에 따르면 박 씨는 경찰이 자신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이후부터 줄곧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왔다.

지난 10일에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결백을 주장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 속에 자신이 황하나(31)씨와 함께 마약을 한 사람으로 지목되자 과감히 결행한 회견이었지만, 일각에서는 `도둑이 제 발 저리냐`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17일 경찰에 처음 출석할 때에는 "있는 그대로 성실히 조사받겠다"며 미소를 짓기도 하는 등 여유로운 태도를보이기도 했다.

박 씨는 이튿날 경찰에 2차 출석해서도 전 연인이자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 씨의 부탁을 받고 누군가에게 돈을 입금했을 뿐 마약을 구매하거나 투약하지 않았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당시 경찰은 박 씨가 마약 판매상의 계좌에 돈을 입금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은 확보했지만 투약의 증거까지는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경찰과 박 씨의 줄다리기가 경찰 쪽으로 급속히 기운 것은 지난 19일 박 씨에 대한 국과수의 마약 반응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면서다.

경찰은 국과수 검사 결과를 숨긴 채 지난 22일 박 씨를 한 차례 더 불러 조사했고 이 자리에서도 혐의를 부인하자 다음 날 곧바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씨는 그러나 국과수 검사 결과가 알려진 뒤에도 변호인을 통해 "어떻게 체내에 필로폰이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대답을 내놨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국과수 검사 결과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판사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결국 박 씨는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지난 26일 구속됐다.

국과수 검사 결과와 함께 법원의 구속 결정은 박 씨에게 큰 타격이 된 것으로 보인다.

박 씨는 전날 구속 후 첫 경찰 조사에서 기존 입장대로 혐의를 부인하기는 했지만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고 이 때문에 3시간 만에 조사가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구속 결정으로 박 씨가 받은 정신적 충격이 큰 것으로 보였다"며 "원활한 조사를 위해 다음에 다시 진술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씨 변호인도 "사실관계를 좀 정리한 뒤 다음 조사 때 다시 진술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날 오전부터 다시 조사가 시작됐고 박 씨는 결국 그의 표현대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박 씨는 이날 조사에서 "나 자신을 내려놓기 두려웠다"며 그동안 혐의를 부인한 이유를 밝힌 뒤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사죄할 건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처음 혐의를 부인한 지난 10일 기자회견 이후 19일 만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가 자신이 이룬 것들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무작정 혐의를 부인해온 것 같다"며 "여죄 등을 수사하고 이번 주 내로 박 씨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한때 거대한 팬덤을 거느리던 스타였다.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마약에 손을 댄 것은 비난받아 마땅했지만 정직한 태도로 임했다면 상황전개에 따라 일부 동정을 살 여지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박씨는 누가 시키지도 않은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거짓말`을 함으로써 사실상 모든 것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의 혐의 인정 소식을 전한 뉴스 댓글에는 거짓말을 비판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김주리기자 yuffie5@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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