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분위기 속 황교안·손학규·이정미·정동영 등 조문
홍업·홍걸씨, 침통한 표정 속 조문객 맞아…눈물 속 입관식도
전·현직 국회의장도 영정 앞 헌화…文의장, 이틀 연속 빈소 찾아
故김홍일 前의원 이틀째 조문행렬…'여야 없는' 정치권 추모발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고(故) 김홍일 전 민주당 의원의 빈소가 마련된 지 이틀째인 22일 각계 인사들의 조문행렬은 계속됐다.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은 전날보다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고인을 추모하는 여야 정치권 인사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다만 오후 들어서는 오전에 비해 조문객이 다소 잦아들었다.

김 전 대통령의 2남 홍업씨와 3남 홍걸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온종일 빈소에서 묵묵히 조문객들을 맞이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오후 1시 40분께 민경욱 대변인과 함께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한 뒤 빈소에 약 10여분간 머무르며 홍업·홍걸씨 등 유가족을 위로하고 이희호 여사의 안부를 물었다.

황 대표는 홍업·홍걸씨에게 "어머니가 편찮으시다고 들었다"고 위로를 건넸고, 홍업씨는 "워낙 고령이시다.

이번에 한 달 가까이 입원을 하셔서 다들 어머니를 신경 쓰고 있는데, 갑자기 형이 이렇게 되셨다"고 답했다.

황 대표는 "문병을 받을 상황인가"라고 물었고, 홍업씨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지금은 감염 우려가 있다.

우리도 잠깐 뵙고 있다.

눈 뜨는 것도 상당히 힘들어하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평생 화합을 위해 애쓴 고인의 뜻을 잊지 않고 우리나라의 미래와 화합의 새 나라를 위해서 노력하겠다"며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추모의 뜻을 밝혔다.
故김홍일 前의원 이틀째 조문행렬…'여야 없는' 정치권 추모발길
앞서 이날 오전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직후 오전 10시께 빈소를 방문해 30분 가까이 조문했다.

손 대표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의원을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찡하다.

10여년 동안 고문 후유증으로 활동을 못 하고 거의 식물인간처럼 일생을 살았다"고 입을 뗐다.

손 대표는 "김 의원은 아버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화를 위해 군사 독재와 싸울 때 같이 싸우면서 일생을 민주화를 위해 힘썼다"며 "우리나라 정치와 정당 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했는데 이제 천국에서 편안히 쉬기를 바란다"고 고인을 기렸다.
故김홍일 前의원 이틀째 조문행렬…'여야 없는' 정치권 추모발길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오전 8시께 일찌감치 빈소를 찾아 "평소에 너무 고통스럽게 살다 가셨기 때문에 많은 애도가 필요하다"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살아온 고인의 뜻이 왜곡되지 않도록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정치권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여야 의원들도 앞다퉈 고인의 영면을 빌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부겸 의원과 조정식·김영춘·김태년·노웅래·송영길·심재권·김정우·소병훈·신경민·심기준·김성수·박경미 의원 등이 대거 조문했다.

김부겸 의원은 "자신의 아픔을 가능한 한 드러내지 않고, 정치 과정을 통해 문제를 풀려는 진지한 노력을 하신 분으로 기억한다"며 "시대의 고통을 혼자 지고 가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한국당에서는 황 대표 이외에 서청원 의원과 원유철·정진석 의원등이 빈소를 찾았다.

정 의원은 "기자 시절 이낙연 총리와 함께 동교동계를 출입했다.

김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부자지간이지만, 정치적인 동지나 마찬가지였고 젊은 기자들에게 잘해줬다"고 추억하고 "참 애틋한데, 영면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故김홍일 前의원 이틀째 조문행렬…'여야 없는' 정치권 추모발길
전현직 국회의장들도 조문행렬에 동참했다.

문희상 의장은 전날에 이어 이틀째 빈소를 찾아 유가족들을 위로했고, 정세균·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도 조문했다.

정 전 의장은 조문을 마치고 고인과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 활동을 함께 한 인연을 소개하며 "김 전 의원은 한국 정치에서 산전수전을 겪으며 정권교체에 기여한 투사다.

동지를 잃은 슬픔이 매우 크다"며 애틋함을 표했다.

그는 "고인이 그동안 고생을 많이 해 편안한 하늘나라로 간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민주화 과정에서 겪은 고문 후유증으로 건강이 악화돼 오래 투병을 한 점에 대해 위로의 말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 국회 유인태 사무총장,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등의 정치권 인사들도 조문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오전 11시께 빈소를 찾아 "민주주의 확립을 위해 개인적으로 많은 희생을 하고, 또 건강을 잃어 이 좋은 시대에 더 많은 활동을 하지 못하고 가신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전했다.
故김홍일 前의원 이틀째 조문행렬…'여야 없는' 정치권 추모발길
내각에서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빈소를 찾았다.

고인과 알고 지냈다는 박 장관은 "워낙 (고인의) 몸이 불편해 그 후에는 잘 못뵈었다"고 짤막히 말했다.

민주당 설훈 의원과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을 비롯한 동교동계 인사들은 이틀째 빈소를 지켰다.

평화당 권노갑·정대철 고문과 김대중 전 대통령 초대 비서실장인 김중권 전 의원도 모습을 드러냈다.

비 정치권 인사로는 가수 윤형주씨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한편 이날 오후에는 김 전 의원의 입관식이 열렸다.

일부 유가족들은 입관식을 마친 뒤 슬픔에 차 눈물을 흘리며 빈소로 돌아왔고, 홍업·홍걸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가족 곁을 지켰다.

김 전 의원 측은 이날 밤까지 조문객을 받은 뒤 23일 오전 발인식과 오후 광주 민족민주열사묘역(5·18 구묘역) 안장식을 끝으로 고인의 장례절차를 모두 마무리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