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22일 오전 6시12분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올 들어 대형 오비스 빌딩과 복합 시설 등 총 3조원 규모의 프랑스 파리 부동산을 쓸어담았다.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높이려는 국내 금융사들이 앞다퉈 파리로 몰려가면서 현지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과 삼성SRA운용은 1조5000억원짜리 파리 뤼미에르빌딩 인수를 최근 마무리했다. 앞서 지난달엔 미래에셋대우가 1조830억원 규모 라데팡스 마중가타워 인수전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최근 미국 부동산 투자회사 티시먼스파이어가 파리 라데팡스 CBX빌딩을 매물로 내놓자 하나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 등 다수의 국내 증권·자산운용사가 인수검토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금융사들의 투자는 파리 신시가지의 중대형 빌딩에 몰리고 있다. 뤼미에르빌딩은 파리 구도심 동쪽 12·13구의 신흥업무지구 중심가에 자리잡고 있다. 마중가타워는 파리의 대표 부도심 라데팡스의 랜드마크 건물이다. 한국투자증권도 라데팡스 지역에 3700억원 규모의 투어유럽빌딩을 지난달 인수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초 제이알투자운용과 파리 크리스탈리아 빌딩을 2200억원에 매입했다. 이 건물이 들어선 뤼에이-말메종 지역은 파리 핵심업무지구에서 서쪽으로 약 10㎞ 떨어진 신흥업무지구다. 푸조-시트로엥그룹, 유니레버, 기아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다.

파리 오피스 시장에 국내 금융투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현실화돼 글로벌 기업의 유럽 본사가 런던을 떠날 경우 파리가 이전지역 1순위로 거론되고 있어서다.

유로화 조달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 대출을 활용할 때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활발하게 이뤄진 영국 런던 오피스 빌딩 투자는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스톱됐다”고 말했다. 한동안 투자열기가 높았던 미국에 대한 선호도도 10여년 간 이어진 호황으로 자산가격이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오르면서 한풀 꺾였다.

국내 증권·자산운용사들의 영국을 제외한 유럽 부동산 투자 열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주요 연기금들이 주식·채권투자 대신 안정적이면서도 수익률 높은 대체자산 투자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등 주요 연기금은 지난해 주식투자에서 10%대의 손실을 낸 반면 대체자산 투자에선 10%안팎의 수익을 냈다. 유명한 에비슨영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좁고 매물이 한정돼있기 때문에 증권·자산운용사들 입장에선 해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