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연속 일 53GB 사용시 2G 속도로 제한…2시간짜리 UHD·VR 2편 분량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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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이동통신업계 최초로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내놨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사용량에 따라 데이터를 제한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들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KT 5G 슈퍼플랜' 요금제 3종을 월 8만∼13만원에 출시하면서 국내에서 속도 제한 없이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KT의 '데이터 FUP'(Fair Use Policy·공정사용정책) 조항에는 2일 연속으로 일 53GB를 초과해 사용하는 경우 최대 1Mbps(초당 메가비트)로 데이터 속도제어를 적용하고 이용 제한, 차단 또는 해지될 수 있다는 단서가 들어있다.

단시간 대용량 데이터를 유발하는 서비스 사용으로 네트워크 부하가 발생해 일반 이용자의 품질저하가 발생하는 등 네트워크 과부하를 유발하는 경우에도 데이터 속도제어 적용 등이 가능하다.

5G 핵심 콘텐츠인 초고화질(UHD) 영상과 가상현실(VR) 콘텐츠의 1시간 데이터 소모량이 10∼15GB 수준임을 고려하면 2시간짜리 콘텐츠 2편을 이틀 연속 시청할 경우 '일 53GB 제한'에 걸려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속도가 5G의 1.5Gbps에서 2G 속도인 1Mbps로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1Mbps는 메신저나 사진이 첨부되지 않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동영상 시청은 어렵다.

만약 월초 이틀간 106GB를 사용했다가 속도 제한에 걸리는 경우 5G 데이터 제공량은 사실상 106GB에 불과하게 된다.
'완전 무제한이라더니"…KT 5G, 숨겨진 일일사용량 제한 논란
이통사는 상업용 사용이나 불법 P2P 접속 등 '무제한' 요금제의 비정상적인 사용을 막기 위해 FUP를 적용하지만, 모든 가입자에게 일 53GB의 데이터 사용량 제한을 둔 것을 공정사용정책에포함한 것은 마케팅용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2년간 완전무제한 요금제를 적용하는 SK텔레콤은 일반 사용자의 일 한도 상한이 없으며, LG유플러스는 데이터 차단 조건을 과부하를 유발하는 CC(폐쇄회로)TV 연결, M2M 등 상업용 사용 시로 국한하고 있다.

이러한 FUP 조항은 고객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정보이지만 예약가입 때나 5일 개통 현장에서도 충분히 안내되지 않았다.

KT 홈페이지에서도 데이터제공 항목을 클릭해 펼쳐지는 내용 중 4번째 항목인 FUP의 6개 조항 중 마지막 조항까지 읽어야 확인할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많은 가입자가 제한에 걸릴 수 있는 용량이라면 공정 사용이 아닌 요금제 데이터량으로 표기해야 한다"며 "네트워크 과부하 명목으로 일 사용량 한도 제한을 걸어둔 것은 5G 네트워크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T는 "공정한 사용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룰인 FUP 조항을 갖고 무제한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언론용 보도자료에 FUP를 간략히 설명하는 등 제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콘텐츠에 따라 용량이 급속도로 올라갈 수는 있지만 현재 일상적인 수준에서 사용하는 패턴으로는 쉽게 걸릴 제한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