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불편 안중에도 없나?…법원 경매, 아직도 '아날로그'
최근 법원 경매가 좋은 재테크 수단이란 말을 듣고 관심을 두게 된 A씨는 마음에 드는 매물을 여러 개 발견했지만 실제 입찰에 참가하기 쉽지 않아 속이 탄다. 매물이 있는 지역의 관할 법원에 직접 방문해 입찰해야 하는데 직장에 다니고 있어 시간 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직접 법원을 찾아 입찰해야 하는 등 여전히 ‘아날로그’ 시스템을 고수하는 법원경매 방식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공매의 경우 온라인 플랫폼 ‘온비드’를 통해 시·공간 제약 없이 편리하게 응찰할 수 있는 것과 비교된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국내 법원경매는 해방 이전인 1912년 시작됐다. 그동안 입찰방식이 구두로 입찰가를 경쟁적으로 올려 부르는 ‘호가경매’에서 입찰가를 적어서 제출하는 ‘기일입찰’로 바뀌었지만 일정 시간, 일정 장소에 모여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현장에 가지 않고 미리 우편 등으로 입찰서를 제출하는 ‘기간입찰’ 방식이 존재하지만 유명무실하다. 법원 관계자는 “기간입찰을 실시할지 여부는 집행 법원 재량”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요즘 시대에 왜 옛날 스타일을 고집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경매 당일엔 으레 법원 주차장이 전국에서 모인 입찰자들로 만원이 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대개 입찰이 오전 10시 시작돼 멀리서 온 참석자들은 전날 숙박까지 해야 한다.

반면 1984년부터 공매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2002년 일찌감치 인터넷을 통해 입찰할 수 있는 온비드를 도입했다. 캠코 관계자는 “초고속 인터넷 확산 추세에 맞춰 전자입찰 방식으로 전환했다”며 “편리함에 힘입어 2017년 누적 거래금액 60조원을 돌파한 지 1년9개월 만인 올 1월 70조원을 넘어설 만큼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는 채권자의 요청을 받아 법원이 부동산 등 채무자의 물건을 대신 팔아주고 공매는 캠코가 정부 자산을 매각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경쟁입찰 방식이란 점은 같다.

경매와 공매 모두 입찰하기 전 보증금을 납부해야 한다. 공매의 경우 가상계좌로 이체하거나 전자보증서 등을 통해 간편하게 낼 수 있다. 하지만 경매에선 현금·수표를 준비하거나 금융기관에서 납부 및 보증 등을 증명하는 서류를 떼야 한다. 번거롭고 분실 위험성 등이 있다. 또 경매에선 여전히 입찰가를 수기로 작성한다. 2015년엔 입찰자가 ‘0’을 하나 더 쓰는 바람에 감정가의 7배가 넘는 가격에 매물을 낙찰받는 사례도 있었다.

법원 측은 전자입찰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인적, 물적 시설의 구비뿐만 아니라 그 장단점, 효과, 문제점 등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해 도입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여전히 형사재판의 경우 전자소송이 아니라 종이 기록 중심 재판이 이뤄지는 것처럼 법원 특유의 보수적 성향 때문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법조계에선 경매업무를 담당하는 법원 직원들의 반발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