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3일 “영국 하원이 12일까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을 승인하지 않으면 단기적인 기한 연장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도 “만약 합의안을 승인하면 EU는 5월 22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전날 EU에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예정일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메이 총리는 “유럽의회 선거 전인 5월 22일 이전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짓길 바란다”고 말했다. 야당인 노동당 등 ‘브렉시트 강경파’를 설득해 합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융커 위원장은 “12일 밤 12시로 예정된 노딜 브렉시트는 매우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며 “이는 내가 원하는 결과는 아니다”고 말했다. 융커 위원장이 유럽의회 선거 기간 전인 5월 22일까지 브렉시트 장기 연장 의사를 밝힌 것은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 도출을 위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에게 대화를 요청했다. 보수당 내 강경파를 더 이상 설득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코빈 대표는 “교착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 요구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다만 코빈 대표와 어떤 합의를 하더라도 이를 바탕으로 의회 과반 승인을 얻어내야 하는 등 장벽이 남아 있다.

김형규/이현일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