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인가, 예술인가…젊은 셰프 6인의 손끝에서 탄생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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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의 향기
하얏트 호텔&리조트 글로벌 요리경연
하얏트 호텔&리조트 '더 굿 테이스트 시리즈' 경연
하얏트 호텔&리조트 글로벌 요리경연
하얏트 호텔&리조트 '더 굿 테이스트 시리즈' 경연
지난달 28일 싱가포르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선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글로벌 호텔 체인 하얏트 호텔&리조트 내 젊은 셰프들이 실력을 겨루는 ‘더 굿 테이스트 시리즈’ 경연이다. 하얏트호텔의 내로라 하는 셰프 중에서도 단 6명만이 글로벌 결선 무대에 섰다. 서바이벌 오디션 형태로 치러진 지역 예선에서 살아남은 셰프들이다. 지역 예선에는 40여개국 220여 명의 셰프가 참여했다.
결선 진출자 6명은 이날 심사위원으로 초대된 세계적인 스타 셰프들 앞에서 실력을 뽐냈다. 요리가 나올 때마다 심사위원들은 ‘와’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기존 요리에서 보기 힘든 새로운 장식과 독창적인 맛 때문이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데쓰야 와쿠다는 “젊은 셰프들의 열정이 놀랍다”며 찬사를 보냈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와쿠 긴’을 운영 중이다.
마크 호플러메지언 하얏트그룹 최고경영자(CEO)는 “구성원들의 경력 개발을 지원하는 하얏트의 가치를 더 굿 테이스트 시리즈를 통해 강화하고자 한다”며 “젊은 셰프들이 영감을 얻고 요리 재능을 맘껏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8개월간 대장정 거쳐
더 굿 테이스트 시리즈 경연대회는 2014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 2017년부터 글로벌 대회로 승격됐다. 60개국, 850여 곳의 하얏트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직원 중 총주방장을 제외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번 대회는 작년 7월부터 시작돼 8개월간 진행됐다. 전 세계 하얏트호텔들이 각 호텔을 대표하는 선수 한 명을 뽑고, 이들이 각 나라에서 예선을 치렀다. 이들 국가대표 셰프들은 아시아·태평양, 미국, 유럽·중동·아프리카·서남아시아 등 3개 지역으로 나뉘어 또 한 번 대결을 펼쳤다. 지역별로 2등까지 총 6명이 결선 티켓을 손에 쥐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그랜드하얏트서울 ‘스테이크 하우스’의 오세봉 셰프와 그랜드하얏트 항저우 ‘포티8’의 릴리 라우 부총주방장이 출전했다. 린드로 마넬리 그랜드하얏트 바하마 조리장과 조나단 파시온 안다즈 마우이 에일리아리조트 조리장은 미국 대표로, 토마스 프로기스 파크하얏트 파리 방돔 부총주방장과 로버트 슈헬리크 하얏트리젠시 아디스아바바 페스트리 셰프는 유럽·중동·아프리카·서남아시아 대표로 출전했다. 긴장감 속에 결선에 쓰일 주재료는 대회 전날인 27일 공개됐다. 호주 북부 열대 바다에서 주로 서식하는 바라문디와 호주산 소고기였다. 대회 장소인 그랜드하얏트 싱가포르 건물 옥상에서 재배되는 허브도 재료로 써야 했다.
재료가 공개되자 셰프들은 곧바로 전략을 세우느라 분주해졌다. 하루만에 요리 콘셉트를 정하고, 심사위원들에게 선보일 40인 분의 재료를 손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 특색을 잘 살리면서도 셰프 개인의 스토리를 요리에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했다. 단순히 맛있는 요리가 아니라 ‘감동적인 작품’에 이르러야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스타 셰프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의 깐깐한 눈높이에 맞추려면 기존 음식으로는 승부가 어려웠다. 심사위원에는 필리핀 유명 레스토랑 체인 ‘시보’와 샴페인바 ‘루소’ 등을 운영하는 마르가리타 포레, 태국 방콕의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볼란’을 소유한 딜런 존스, 싱가포르에서 외식 컨설팅 사업을 하는 브루노 매나르드 등이 참여했다.
하얏트, 식음 분야서 차별화 주도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미국 대표로 참여한 조나단 파시온 셰프다. 바라문디 살을 곱게 다져 양념을 잘 흡수한 타다키를 전채로 내고, 필리핀식 소고기 구이를 메인 요리로 선보였다. “지금도 집에서 종종 가족들과 해먹는 요리”라고 파시온 셰프는 설명했다. 특히 필리핀식 소고기 구이는 필리핀 음식의 독특한 풍미가 구이 요리와 잘 어우러져 심사 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인으로 처음 글로벌 결선에 오른 오세봉 셰프는 3위 이내 입상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호응은 컸다. 한국의 전통적인 격자 문양과 색동 저고리를 형상화한 장식에, 질겨서 잘 먹지 않는 부위인 소고기 뺨 부위를 푹 고아 부드럽게 한 뒤 불고기 소스로 간을 한 메인 요리를 냈다. “다루기 힘든 부위로 어떻게 이런 맛을 냈는지 신기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얏트호텔은 이날 결선에 나온 요리들을 정식 메뉴나 특별 메뉴에 넣는 것도 검토 중이다. 또 이들의 레시피를 하얏트호텔 내의 다른 셰프들과도 공유할 예정이다.
하얏트그룹이 다른 호텔 체인이 하지 않는 글로벌 요리 경연대회를 여는 것은 레스토랑 등 식음(F&B) 분야를 특화하기 위해서다.
최근 글로벌 호텔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호텔 간 차별화가 어려워지자 하얏트호텔은 식음 분야를 전략적으로 키우기로 했다.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식음 부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객실, 연회장, 부대시설 등 호텔의 하드웨어만으론 경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는 호텔 내 식음 매장이 수익이 잘 나지 않아 외주를 주는 등 오히려 줄여나가는 일부 글로벌 호텔 체인과는 다른 전략이다.
‘더 굿 테이스트 시리즈’를 기획한 안드레아스 스탈더 하얏트 호텔&리조트 아시아·태평양 식음부문 운영전략 부사장은 “식음 분야는 하드웨어와 달리 셰프 등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며 “젊은 셰프들의 재능을 발견해 키워주고, 재능을 열정으로 만드는 가장 좋은 기회가 글로벌 요리 콘테스트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 지역에서 근무하는 젊은 셰프들이 해외 경험을 쌓고 경연에 참여해 요리에 대해 고민하게 되면 역량이 확 높아질 것”이라며 “셰프들의 경쟁력 강화는 곧 하얏트호텔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결선 진출자 6명은 이날 심사위원으로 초대된 세계적인 스타 셰프들 앞에서 실력을 뽐냈다. 요리가 나올 때마다 심사위원들은 ‘와’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기존 요리에서 보기 힘든 새로운 장식과 독창적인 맛 때문이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데쓰야 와쿠다는 “젊은 셰프들의 열정이 놀랍다”며 찬사를 보냈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와쿠 긴’을 운영 중이다.
마크 호플러메지언 하얏트그룹 최고경영자(CEO)는 “구성원들의 경력 개발을 지원하는 하얏트의 가치를 더 굿 테이스트 시리즈를 통해 강화하고자 한다”며 “젊은 셰프들이 영감을 얻고 요리 재능을 맘껏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8개월간 대장정 거쳐
더 굿 테이스트 시리즈 경연대회는 2014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 2017년부터 글로벌 대회로 승격됐다. 60개국, 850여 곳의 하얏트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직원 중 총주방장을 제외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번 대회는 작년 7월부터 시작돼 8개월간 진행됐다. 전 세계 하얏트호텔들이 각 호텔을 대표하는 선수 한 명을 뽑고, 이들이 각 나라에서 예선을 치렀다. 이들 국가대표 셰프들은 아시아·태평양, 미국, 유럽·중동·아프리카·서남아시아 등 3개 지역으로 나뉘어 또 한 번 대결을 펼쳤다. 지역별로 2등까지 총 6명이 결선 티켓을 손에 쥐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그랜드하얏트서울 ‘스테이크 하우스’의 오세봉 셰프와 그랜드하얏트 항저우 ‘포티8’의 릴리 라우 부총주방장이 출전했다. 린드로 마넬리 그랜드하얏트 바하마 조리장과 조나단 파시온 안다즈 마우이 에일리아리조트 조리장은 미국 대표로, 토마스 프로기스 파크하얏트 파리 방돔 부총주방장과 로버트 슈헬리크 하얏트리젠시 아디스아바바 페스트리 셰프는 유럽·중동·아프리카·서남아시아 대표로 출전했다. 긴장감 속에 결선에 쓰일 주재료는 대회 전날인 27일 공개됐다. 호주 북부 열대 바다에서 주로 서식하는 바라문디와 호주산 소고기였다. 대회 장소인 그랜드하얏트 싱가포르 건물 옥상에서 재배되는 허브도 재료로 써야 했다.
재료가 공개되자 셰프들은 곧바로 전략을 세우느라 분주해졌다. 하루만에 요리 콘셉트를 정하고, 심사위원들에게 선보일 40인 분의 재료를 손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 특색을 잘 살리면서도 셰프 개인의 스토리를 요리에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했다. 단순히 맛있는 요리가 아니라 ‘감동적인 작품’에 이르러야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스타 셰프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의 깐깐한 눈높이에 맞추려면 기존 음식으로는 승부가 어려웠다. 심사위원에는 필리핀 유명 레스토랑 체인 ‘시보’와 샴페인바 ‘루소’ 등을 운영하는 마르가리타 포레, 태국 방콕의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볼란’을 소유한 딜런 존스, 싱가포르에서 외식 컨설팅 사업을 하는 브루노 매나르드 등이 참여했다.
하얏트, 식음 분야서 차별화 주도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미국 대표로 참여한 조나단 파시온 셰프다. 바라문디 살을 곱게 다져 양념을 잘 흡수한 타다키를 전채로 내고, 필리핀식 소고기 구이를 메인 요리로 선보였다. “지금도 집에서 종종 가족들과 해먹는 요리”라고 파시온 셰프는 설명했다. 특히 필리핀식 소고기 구이는 필리핀 음식의 독특한 풍미가 구이 요리와 잘 어우러져 심사 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인으로 처음 글로벌 결선에 오른 오세봉 셰프는 3위 이내 입상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호응은 컸다. 한국의 전통적인 격자 문양과 색동 저고리를 형상화한 장식에, 질겨서 잘 먹지 않는 부위인 소고기 뺨 부위를 푹 고아 부드럽게 한 뒤 불고기 소스로 간을 한 메인 요리를 냈다. “다루기 힘든 부위로 어떻게 이런 맛을 냈는지 신기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얏트호텔은 이날 결선에 나온 요리들을 정식 메뉴나 특별 메뉴에 넣는 것도 검토 중이다. 또 이들의 레시피를 하얏트호텔 내의 다른 셰프들과도 공유할 예정이다.
하얏트그룹이 다른 호텔 체인이 하지 않는 글로벌 요리 경연대회를 여는 것은 레스토랑 등 식음(F&B) 분야를 특화하기 위해서다.
최근 글로벌 호텔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호텔 간 차별화가 어려워지자 하얏트호텔은 식음 분야를 전략적으로 키우기로 했다.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식음 부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객실, 연회장, 부대시설 등 호텔의 하드웨어만으론 경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는 호텔 내 식음 매장이 수익이 잘 나지 않아 외주를 주는 등 오히려 줄여나가는 일부 글로벌 호텔 체인과는 다른 전략이다.
‘더 굿 테이스트 시리즈’를 기획한 안드레아스 스탈더 하얏트 호텔&리조트 아시아·태평양 식음부문 운영전략 부사장은 “식음 분야는 하드웨어와 달리 셰프 등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며 “젊은 셰프들의 재능을 발견해 키워주고, 재능을 열정으로 만드는 가장 좋은 기회가 글로벌 요리 콘테스트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 지역에서 근무하는 젊은 셰프들이 해외 경험을 쌓고 경연에 참여해 요리에 대해 고민하게 되면 역량이 확 높아질 것”이라며 “셰프들의 경쟁력 강화는 곧 하얏트호텔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