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편한 요가복 만들자"
월급 모은 2천만원으로 창업
2030 女心 잡고 초고속 성장
신애련 대표(사진)는 “룰루레몬보다 못할 것 없는 요가복을 합리적인 가격에 팔고 있다”며 “매출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앳된 얼굴의 27세 여성 CEO는 ‘요가복업계의 샤넬’ 룰루레몬도 두렵지 않다고 했다. 안다르는 작년 매출 400억원을 넘겼다. 올해 목표는 700억원.
신 대표는 몸매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도 미용과를 갔다. 스무 살 때 서울 강남에 있는 피부관리숍에 취직했다. 그는 “경기 고양시 집과 강남을 오가며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했지만 다양한 사람의 체형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다음 직업은 요가강사였다. 일을 하던 중 의문이 들었다. ‘요가복은 왜 다 불편하고 예쁘지 않을까?’ 매출 400억원 기업의 시작을 알리는 질문이었다.
룰루레몬은 값이 비싼 게 흠이었다. 그는 새로운 시장을 발견했다. 모아놓은 20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획일적인 기존 레깅스 제품에서 탈피해 다양한 패턴과 색상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선보였다. 필라테스 붐을 타고 매출은 매년 크게 뛰었다. 히트 상품인 ‘시리 레깅스’는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500만 장 넘게 팔렸다. 20대 여성 CEO가 발견한 3조원 애슬레저 시장
요가복 업체 안다르는 설립 3년 만에 매출 400억원대 회사로 성장했다. 신애련 대표의 집요함과 발품, 감각적 마케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신 대표는 ‘내가 입을 요가복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창업한 뒤 곧장 실행에 들어갔다. 우선 동대문시장을 돌아다니며 신축성 좋은 원단을 찾았다. 테라피스트로 일하며 다양한 사람의 체형을 관찰한 경험과 요가 강사를 하며 쌓은 해부학 지식을 기반으로 한국인 체형에 맞는 편안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원단을 찾은 다음은 제품을 만들어줄 공장을 물색했다. 서울 시내 봉제공장 수십 곳을 돌아다닌 끝에 한 곳을 찾았다. 60대 사장님이었다. 마침 아웃도어와 래시가드 시장이 침체하면서 봉제공장의 일손이 남는 때였다. 20대 사장의 패기에 봉제공장 사장은 계약금도 받지 않고 옷을 제조해줬다.
2015년 8월 첫 제품이 나왔다. 12가지 무늬와 12가지 색상으로 된 요가복이었다. 상의와 하의로 구분하면 48가지 제품을 선보인 셈이다. 회색 검은색 일색인 요가복 시장에 23세 최고경영자(CEO)가 선보인 파격이었다. 제품을 내놓자마자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요가 관련 업체 5000여 곳에 전화를 돌렸다. 수도권 지역은 직접 돌아다니며 요가 강사들을 공략했다. 요가복이 요가학원에서 잘 팔리기 때문이다. 판매량은 빠른 속도로 늘었다. 신 대표는 “입소문이 나자 롯데백화점 등에서 먼저 연락이 와 백화점에서도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2016년 결혼한 신 대표는 신혼여행도 가지 않았다. 지난해 딸을 출산하고도 한 달도 쉬지 않고 복귀할 정도로 일에 몰두했다. 그에게 성공 비결을 묻자 “남들보다 꼼꼼하고 예민한 성격, 체형에 대한 관심 덕분에 좋은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시장의 성장성에 확신이 있었다. 아웃도어는 지고 ‘애슬레저’는 뜰 것이라고 믿었다. 예상은 현실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 시장을 3조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디자인은 한국 여성 체형에 맞췄다. 신 대표는 “한국 여성들은 다리가 서양 여성에 비해 길지 않은 편이고 상체 크기도 다르다”며 “하의는 길지 않게, 상의는 꽉 쪼이지 않게 디자인한다”고 했다.
뛰어난 국내 봉제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안다르는 제품의 70% 이상을 국내에서 만든다. 물류비용, 관세 등 비용을 고려하면 국내에서 제조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국내 봉제기술 수준은 중국 베트남 등보다 높다. 신 대표는 원단 개발과 디자인에 가장 신경을 쓴다. 그는 “신축성이 좋은 원단은 물이 잘 빠지거나 바느질이 힘든 것이 대부분”이라며 “이런 단점을 보완해 제작한 기능성 원단이 안다르 제품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안다르는 20여 곳의 전국 주요 백화점과 쇼핑몰 등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브랜드명 안다르(andar)는 스페인어로 ‘걷는다’는 의미다. 신 대표는 “뛰는 것보다 걷는 것이 더 일상적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드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