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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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해 말 교육부의 용역연구를 수행하면서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고 결론낸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가 ‘학교 영어교육 내실화 방안’을 만들기 위해 평가원에 맡긴 정책연구 보고서다.

26일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학교 영어교육 내실화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평가원의 김성혜 박사 등은 “학교 영어교육을 내실화하려면 수능 절대평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 보고서는 현직 교사, 대학 교수, 장학사, 학부모, 교원단체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면담을 진행한 뒤 지난해 12월 말 작성됐다.

보고서는 “현 정부 들어 새롭게 도입한 영어 수능의 절대평가 제도는 사교육 경쟁을 완화하고 학습부담을 완화시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서도 “영어 학습에 대한 동기 저하, 학교 영어교육의 부실화 등 많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영어만 절대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인한 풍선효과를 차단하고, 절대평가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어, 수학 등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능 영어영역은 2018학년도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돼 원점수 90점 이상이면 1등급을 받는다. 지난해 2022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에서 수능 전과목을 절대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영어와 제2외국어/한문영역을 제외하고는 상대평가를 유지하기로 했다.

대입 개선방안에 대한 후속 정책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시험에 대해 초·중·고교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며 “향후 대입 영어의 역할, 절대평가의 개선 방향 등을 담은 심층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학제에 따라 초등 영어돌봄교실, 중학영어 입문과정 등도 제안했다. 보고서는 “중학교 1학년 단계에서 영어학습 체감 난도가 갑자기 높아져 학생들 간 격차가 벌어진다”며 새 학기인 3월 초에 중1 대상으로 1~2주간 방과후 수업 형태로 ‘중학영어 입문과정’을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초등학교 돌봄교실을 영어학습이 이뤄지는 ‘영어 돌봄교실’로 개선하는 구상도 담겼다.

당초 교육부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지난해 말까지 학교 영어교육 내실화 방안을 확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를 넘기고 새 학기가 시작된 현재까지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발표될 예정인 확정안에는 수능 개편 등 대입이나 평가 관련 내용은 담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확정안이 아직 나오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긴 어렵다”면서도 “지난해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이 확정된 데다가 대입은 워낙 민감한 문제라 내실화 방안에는 담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보고서를 바탕으로 현장 적용 가능성을 살펴보느라 정책 발표가 늦어지고 있지만 올해 상반기 중에는 확정해 발표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