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00년 이후 북한에 식량 차관 등의 형식으로 빌려줬다가 제때 돌려받지 못한 돈(원리금)이 23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5일 한국수출입은행(수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은은 2000~2007년 북한에 식량 차관 형식(10년 거치 20년 분할상환·연리 1%)으로 쌀 240만t과 옥수수 20만t을 지원했다. 금액으로 치면 7억2004만달러(약 8172억원)다. 여기에 북한의 경공업 제품 생산을 돕기 위해 2007년 빌려준 경공업 차관(8000만달러)과 경의선 등 도로·철도 복원 지원을 위한 자재·장비 차관(2002년·1억3290만달러)까지 더하면 총 차관액은 9억3294만달러(약 1조589억원)에 달한다. 차주인 북한 조선무역은행이 수은에 상환한 돈은 남북협력기금으로 적립하게 돼 있다.

북한은 이 중 경공업 차관 240만달러만 2007년 현물로 상환했다. 지난달 말까지 만기가 도래했지만 북한이 갚지 않은 돈은 1억7544만달러(약 2342억원)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7월 말(1억4250만달러)보다 23%가량 늘어난 액수다.

정부는 2012년 첫 연체가 발생한 뒤 조선무역은행에 48차례 원리금 상환 촉구 공문을 보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심 의원은 “계약서에는 북한이 차관을 제때 상환하지 못할 경우 연체이자(2~4%)가 붙는다고 돼 있을 뿐 상환을 강제할 수단은 나와 있지 않다”며 “사실상 돌려받기 어려운 돈”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2002년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을 위해 집행한 남북협력기금 1억3290만달러는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았지만 돌려받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차관의 상환 조건이 ‘공사 완료 후 10년 거치 20년 상환’이었는데, 공사 자체가 지지부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작년 7~9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보수하는 데도 남북협력기금 86억2000만원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북연락사무소는 ‘4·27 판문점 선언’ 합의 사항이다. 정부는 연락사무소 청사와 숙소, 식당에 76억8000만원, 정수·폐수처리장 개·보수에 7억9000만원을 썼다. 가동 후 작년 9~12월 운영비로 16억8000만원을 집행했고, 올해 운영비는 82억5000만원으로 책정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