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으로 > 김창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부소장(왼쪽)을 비롯한 직원들이 25일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개성으로 출경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개성으로 > 김창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부소장(왼쪽)을 비롯한 직원들이 25일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개성으로 출경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2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했던 북한이 25일 일부 인원을 돌연 복귀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가 대북제재를 철회했다는 트윗을 남긴 지 이틀 만이다. 협상 국면 전환을 위한 ‘간 보기’로 해석된다.

통일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25일 아침 8시10분경 북측 연락사무소 일부 인원들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출근해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부의 지시’를 이유로 갑자기 철수를 통보한 지 사흘 만이다. 북측은 “오늘 평소대로 교대 근무차 내려왔다”고만 언급했다. 오전 9시30분에 열린 남북 연락대표 접촉 땐 “공동연락사무소가 북남(남북) 공동선언의 지향에 맞게 사업을 잘해 나가야 한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북측은 이날 평소의 절반 수준인 4~5명이 근무했다. 북측 소장인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과 황충성·김광성 소장 대리의 모습도 확인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의 복귀로 연락사무소가 정상 운영되고, 향후 본연의 기능을 계속 수행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복귀 이유에 대해서 북측이 우리 측에 명확하게 언급한 내용은 없으며,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상 운영이 됐는지 평가하기는 좀 이르다”며 “차분히 대응하면서 남북 간 공동선언과 합의 등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창수 연락사무소 부소장을 비롯한 우리 측 인원 39명은 이날 개성으로 넘어간 뒤 정상 출근했다.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는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남북 간 공식 연락채널로서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다. 우리 측에선 천해성 통일부 차관, 북한에선 전 부위원장이 소장을 맡았다.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연락사무소 소장 회의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행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와 연동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대북 추가 제재를 하지 않겠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힌 지 이틀 만에 연락사무소 철수를 번복했기 때문이다. 연락사무소를 매개로 한·미의 태도 변화를 지켜보고자 했고, 일단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해 복귀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개성 연락사무소의 전격 철수와 번복을 통해 대북제재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북한에는 긍정적 신호였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또 한국 내 대북 여론의 악화를 막기 위해 당분간 유화적인 태도로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