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들이 상장사 정기 주주총회에서 안건을 놓고 대주주와 표 대결을 벌였지만 모두 패배했다. 소액주주들의 표 결집에 실패하면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홀드코자산운용은 세이브존I&C가 제시한 배당금(주당 50원)의 8배인 주당 400원의 배당을 요구했지만 22일 주총에서 부결됐다. 홀드코는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자’는 안건도 올렸지만 좌절됐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당 선임해야 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고 주주들이 그 의결권을 한 명의 이사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이날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기대한 주주와 직원, 고객 뜻에 부응하지 못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의 항고심 판결에 유감을 나타낸 것이다. 서울고법은 전날 ‘KCGI가 지분을 보유한 지 6개월을 넘지 않아 주주제안 자격이 없다’는 한진그룹 주장을 받아들였다. 한진칼은 법원 결정에 따라 오는 29일 열리는 주총 안건에서 KCGI의 주주제안 7건을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는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12.01%를 취득해 2대 주주에 오르며 한진그룹을 정조준했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서 안건조차 상정하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됐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SC펀더멘털은 지난 21일 열린 강남제비스코 주총 표 대결에서 완패했다. 사외이사 1인을 추가로 선임하고 주당 40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하라는 주주제안 안건을 올렸지만 모두 부결됐다. 국내 자문사인 카이투자자문도 2대 주주로 있는 항공기 부품업체 아스트에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2인을 선임하는 주주제안을 올렸지만 역시 부결됐다.

행동주의 펀드와 상장사 대주주 간 표 대결은 다음주까지 이어진다. SC펀더멘털은 27일 무학, 29일 태양과의 주총에서 주주제안 안건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인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인 밸류파트너스운용도 28일 아트라스BX, 29일 KISCO홀딩스와 표 대결을 예고했다. 28일 열리는 현대홈쇼핑 주총에서는 미국계 돌턴인베스트먼트와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이 대주주가 제시한 안건에 반대하기로 결정하고 표결집에 나섰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