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기업로고(CI) / 사진=한경DB
현대자동차 기업로고(CI) / 사진=한경DB
현대자동차가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의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완승’했다. 쟁점이 된 배당,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추천 등의 주총 안건은 회사 측 원안대로 통과됐다. 엘리엇이 애초부터 터무니없는 고배당, 이사회 진입을 요구해 불신만 키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차는 2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올린 모든 안건을 최종 처리했다.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80.8%가 참여했다.

이번 주총은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이후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주주권 행사 수위를 높인 상황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엘리엇은 현대차 보통주 1주당 2만1976원의 배당을 요구하는 등 ‘어깃장’을 놓았다. 엘리엇은 현대차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약 9조원)을 물고 늘어졌다.

엘리엇 지정 대리인은 “주주 권리를 지키고 저조한 경영 실적을 해소,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찾고자 노력해왔다”며 “지지를 정중히 요청 드린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앞으로 5년 동안 연구개발(R&D) 등에 45조여원을 투자할 계획인 만큼 당위성을 입증받지 못했다.

일각에선 현대차에 투자해 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행동이란 비판도 나왔다. 배당금 총액이 우선주를 포함해 5조8000억원가량에 달해 지난해 순이익(1조6450억원)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에서는 회사 측이 제시한 보통주 1주당 3000원의 배당 안건이 통과했다. 총배당금은 약 1조1000억원이며 배당 성향은 70.7%다. 찬성률은 86.0%,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대비 69.5%였다.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 정체와 저성장 기조 속에 먼저 성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제51기 정기주주총회 / 사진=박상재 기자
2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제51기 정기주주총회 / 사진=박상재 기자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인 사외이사 역시 현대차가 추천한 후보 3명이 선임됐다. 윤치원 UBS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 유진 오 전 캐피털그룹 인터내셔널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사외이사를 맡게 됐다.

윤 후보는 찬성률 90.6% 및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대비 73.4%로 사외이사에 올랐다. 유진 오 후보의 경우 각각 82.5%, 66.8%를 얻었다. 이 후보는 77.3%가 찬성했다.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62.6%가 손을 들어줬다.

엘리엇이 후보로 내세운 존 리우 전 중국 완다그룹 최고운영책임자 등 3명은 표 대결에서 외면 받았다. 현대차는 “각 후보의 경력 전문성이 특정 산업에 치우쳐 있다”며 “뿐만 아니라 이해상충에 문제가 있다”며 거부 해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은 사내이사에 재선임 됐다. 현대차 이사회는 그를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1999년 구매담당 이사로 현대차에 입사한 뒤 20년 만에 대표이사에 오른다.

현대차 대표이사는 기존 정몽구 회장, 이원희 사장, 하언태 부사장(울산공장장) 등 3명에 이어 정 수석부회장까지 4명(각자대표이사) 체제로 바뀌게 된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