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자만큼 채용하라고? 노조 요구 무리…수용 어려워"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사진)이 “정년퇴직하는 인원만큼 새로 뽑으라는 건 회사 보고 죽으라는 얘기와 같다”고 20일 말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협력사 채용박람회에서다. 매년 정년퇴직자 수만큼 정규직 생산인력을 신규 채용하라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본지 3월 19일자 A5면 참조

현대·기아차 노무를 총괄하는 윤 부회장은 이날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좋은 실적을 내고도 1만4000여 명을 감원하기로 결정했다”며 “현대차는 다행스럽게 정년퇴직자 수가 많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노사는 생산직 신규채용 규모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회사 측은 2025년까지 정규직 생산인력 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노조는 퇴직자 수만큼 정규직을 새로 뽑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생산직은 약 3만5000명인데, 이 중 1만6000여 명이 2019~2025년에 정년퇴직한다.

현대차가 생산직 충원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고용 인력을 줄이려는 이유는 전기자동차 시대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생산공정이 단순하다.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 비중이 25% 수준으로 높아지는 2025년이 되면 적어도 생산직의 20~30%를 줄여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윤 부회장은 퇴직자 수만큼 정규직을 뽑으라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노조도 바뀌어야 한다. 아니 벌써 바뀌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5개 도시에서 협력사 채용 박람회를 연다. 현대차그룹은 협력사들이 우수 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고, 행사 기획에 필요한 재정적인 지원을 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