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푸드 제공
사진=롯데푸드 제공
아이스크림 업계의 가격 정책이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롯데제과롯데푸드 등 빙과업체들은 잇달아 가격 인상을 예고했지만 국내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1위 업체인 배스킨라빈스는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핵심 소비층의 차이에서 오는 맞춤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푸드는 다음 달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구구콘'과 '돼지콘' 권장소비자 가격을 기존 1500원에서 1800원으로 20% 인상한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이번에 인상하는 구구콘과 돼지콘은 2008년 1500원으로 올린 이후 처음으로 인상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원재료 가격이 많이 올랐고 유통 환경에 변화가 많았기 때문에 가격을 불가피하게 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롯데제과 역시 다음 달 1일부터 '월드콘'과 '설레임'의 가격을 1800원으로 올린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아이스크림 콘 시장 점유율 43.7%로 업계 1위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가격 인상으로 아이스크림 업계의 도미노 인상이 예상된다.

실제로 해태제과는 '부라보콘' 가격을 1800원으로 올리기로 내부적으로 정하고 시기를 조율 중이며 빙그레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가 가격을 올리면 나머지 업체들도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 저항이 생기겠지만 전반적으로 생산 비용이 너무 올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진=배스킨라빈스
사진=배스킨라빈스
반면 배스킨라빈스는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각종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통해 가격 할인 기회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올해 첫 신제품으로 '꿀꿀 허니'를 출시하면서 1월 한 달간 더블주니어 사이즈 아이스크림은 500원, 이달의 케이크 '굴리굴리 프렌즈'는 2000원 할인된 가격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지난 15일에는 배스킨라빈스 애플리케이션 '해피포인트'를 통해 '레이니데이' 이벤트를 진행했다. '레이니데이' 이벤트는 비가 오는 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1만3500원에 판매하는 쿼터 사이즈 아이스크림을 1만원에 구매가 가능한 쿠폰을 주는 행사다.

또한 '커플 피크닉세트'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매장에서 패밀리 사이즈(1만9500원) 이상 구매시 피크닉세트를 3900원에 판매했다. 쿠팡 등 온라인쇼핑몰을 통해서도 특가 행사를 수시로 진행 중이다. 같은 아이스크림이지만 빙과업계와 배스킨라빈스는 전혀 다른 가격 정책을 펴고 있다.

이 같은 차이는 빙과업계와 배스킨라빈스의 주 소비층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한 빙과업계 관계자는 "아이스크림 소비 부진의 가장 큰 핵심은 저출산 영향으로 핵심 소비층인 어린이들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배스킨라빈스는 프리미엄 제품이기 때문에 성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이벤트와 가격 인하가 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가격을 인상하는 게 단기적으로 영업 손실을 줄이는 데 도움은 되겠지만 장기적으론 빙과업계 차원에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개발하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빙과시장은 카페 등 프랜차이즈 업체의 증가로 시장규모가 점점 줄고 있다. 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2015년 2조원이 넘었던 빙과시장은 지난해 1조 6322억원(배스킨라빈스 등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제외)으로 줄었다. 지난해 폭염 특수에도 전년(1조 6838억원) 대비 3% 가량 감소했으며 2016년(1조9600억원)에 비해선 15% 이상 줄었다. 반면 배스킨라빈스는 2017년 매출 3503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매출은 더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 소장을 맡고 있는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빙과업계의 잇따른 가격 인상은 결국 인건비 인상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가격 인상 및 제품 용량 조절 등 전체적인 전략을 다시 짜는 것이 빙과업계의 영업 손실을 메꾸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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