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와 디지털결제가 확산되면서 전자결제 시스템업체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미국 금융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 피델리티내셔널인포메이션서비스(FIS)는 18일(현지시간) 영국계 전자결제 서비스업체 월드페이를 350억달러(약 40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부채 77억달러를 포함하면 총 430억달러짜리 거래다.

FIS는 은행에 신용카드 결제 처리를 위한 IT 시스템, 자산관리 소프트웨어 등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FIS의 시스템으로 처리되는 금융거래 규모는 연간 9조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전자결제 처리 규모에선 세계 126위로 뒤처져 있다.

FIS는 이번 월드페이 인수를 통해 금융회사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데이터 분석 능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월드페이는 2017년 기준 결제처리액이 약 335억달러에 달했다. JP모간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다.

전자결제 규모가 늘면서 월드페이의 몸값은 가파르게 뛰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2010년 월드페이를 베인캐피털과 어드벤트인터내셔널에 매각했다. 당시 매각가격(부채 제외)은 17억파운드(약 2조5000억원)였다. 이후 2017년 미국 경쟁업체 밴티브는 이 회사를 106억달러(부채 제외)에 인수했다. 9년 전에 비하면 15배, 2년 전에 비하면 3배로 값이 뛰어오른 셈이다.

월드페이는 FIS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도, 브라질 등 신흥 시장 진출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월에도 미국 결제업체 피서브가 경쟁사 퍼스트데이터를 220억달러에 사들이는 등 결제업체 간 합종연횡이 잇따르고 있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전자결제 업계의 M&A 건수는 30건을 넘었으며 규모는 총 85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490억달러 규모를 이미 훌쩍 넘어섰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