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연주의 교과서' 로런스 레서가 온다
“이번 공연은 시작과 끝이 있는 책 한 권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제 음악 인생을 담은 곡들을 관객이 어떻게 들을지 매우 기대돼요.”

81세의 첼로 거장 로런스 레서(사진)가 내한 독주회를 앞두고 19일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의 독주회는 2009년 서울 광화문 금호아트홀에서 피아니스트 백혜선과 함께 2주 동안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 이후 10년 만이다. 21일 ‘위대한 첼로’ 시리즈로 같은 장소에서 펼치는 이번 공연에선 레서가 엄선한 첼로 명곡을 선보인다.

버르토크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랩소디’, 바흐 ‘무반주 첼로모음곡 4번’, 베토벤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등 주제에 의한 변주곡에 이어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 g단조’를 연주한다.

그는 “버르토크는 1만 곡에 달하는 헝가리와 루마니아의 민속음악을 수집하고 발표하며, 민속음악을 자신만의 언어로 녹여낸 내 우상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바흐 곡에 대해선 “인생 전반에 걸쳐 모음곡을 배우고 연주하고 있다”며 “그의 음악에서 발견되는 깊은 진실들은 큰 음악적 영감이 된다”고 말했다. 라흐마니노프 곡에 관해 레서는 “한 편의 러시아 소설 같은 곡”이라며 “내가 러시아계 유대인이기 때문에 러시아 음악을 배우고 따라가려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피아니스트 손민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그와 호흡을 맞춘다.

레서는 파블로 카살스, 가스파르 카사도, 그레고르 퍄티고르스키 등 첼로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첼로계의 살아 있는 유산’으로 불리는 연주자다. 1974년부터 미국 뉴잉글랜드음악원에서 총장 및 교수로 일하며 조영창 고봉인 문태국 등 수백 명의 첼리스트를 배출해낸 ‘첼리스트들의 스승’이기도 하다.

문태국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뉴잉글랜드음악원에서 그를 사사했다. 이날 인터뷰에 동행한 문태국은 “레서는 항상 마음이 먼저 이끄는 음악을 하라고 강조했다”며 “엄격한 가르침보다는 제자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조용히 밀어준 스승”이라고 전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