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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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기 제작사 보잉은 요즘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4개월 새 두 차례나 벌어진 ‘보잉 737 맥스8’ 여객기 추락 사고 때문이다. 두 건 모두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대형 사고였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맥스 포비아(공포증)’는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수십 개 국가가 보잉 737 맥스 운항을 중단했다. 줄줄이 예약돼 있던 항공기 인도도 ‘올스톱’됐다. “사태 해결까지 보잉이 감당해야 할 비용은 추산조차 힘들다”(뉴욕타임스)는 말도 나온다.

안전 사고는 기업 브랜드 신뢰도 추락과 직결된다. 한순간의 사고로 존폐의 갈림길에 서는 기업도 있다.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안전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는 이유다. 국내 기업들은 △안전관리 조직 강화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 △협력사와 안전관리 노하우 공유 등 다방면으로 안전관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전경영 속도내는 국가대표 기업들
조직적인 안전관리 시스템

우선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안전관리에 나서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사업장 내 보행 중 스마트폰 안 보기’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사업장에선 사소한 실수가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업장에는 화학 물질을 다루는 시설과 운반 차량이 많아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이 특히 위험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직원들에게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이 감지되면 경고 알람을 띄우는 사내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 ‘워크포유’ 설치도 권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2년 CEO 직속으로 안전·보건·환경 경영을 주관하는 SHE본부를 신설하고 SHE 전담인력 약 200명을 배치했다. LG화학도 안전 환경 관리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본부 산하에 흩어져 있던 주요 공장의 안전환경 조직을 CEO 직속으로 이관했다.

IT를 활용한 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기업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사업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사고 위험 요인을 목격하면 모바일 앱으로 제보할 수 있는 ‘안전신문고’를 2017년 만들었다. 안전신문고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비롯한 13개 계열사 사업장에서 운영 중이다. 계열사 안전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안전정보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사고 현황과 발생 원인, 개선책, 우수 사례 등이 실시간 축적되고 공유될 수 있도록 사용 편의성과 활용성을 크게 높였다는 설명이다.

협력사·제품·환경 안전관리도

협력사 안전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SK인천석유화학은 협력사 구성원들의 작업 중지 권한을 보장하고 있다. 작업 환경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위험 요소가 있을 때 근로자 판단 아래 즉각 작업을 중지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 작업 중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근로자의 불이익이 없음을 보장하기로 했다. 날씨가 덥거나 추워도 작업 중지 권한 발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협력사 구성원의 안전을 고려한 이행 방안을 협력사와 함께 마련 중이다.

산업현장 안전성 못지않게 ‘제품의 안전성’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상용차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국내 완성차업체 중 최초로 선제적인 차량 안전 특별점검을 하고 있다. 2017년 전국 우편물류단 소속 트럭 832대의 안전점검을 완료했다. 2510개의 트럭 회사에 소속돼 있는 1만4500대 차량과 1290개 버스 회사에 소속돼 있는 7000대 차량의 안전점검도 했다.

환경안전을 강화해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쌓는 기업도 적지 않다. LG전자는 환경안전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2014년 환경안전 규제 컴플라이언스 관리체계를 시스템화했다. 이를 통해 환경안전에 관한 국가별 규제 및 법규 정보를 점검하는 동시에 전 사업장의 규제 준수 현황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경기 수원에 있는 종합기술원에 ‘미세먼지연구소’를 설립하고 미세먼지에 대응할 원천 기술 연구에 나섰다. 기업이 사회적 난제로 떠오른 환경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는 것으로, 한 단계 진화된 안전경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