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운데 취업 연령대이면서 직업 훈련도 받지 않고 일도 하지 않는 청년 무직자를 ‘니트(NEET: not in employment, education and training)족’이라고 부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청년 니트 비율은 23.58%나 된다. 이탈리아(34.46%), 그리스(33.56%), 스페인(28.90%)에 이어 세계 에서 네 번째로 높다.
그나마 직장을 구하려는 ‘구직 니트’는 통계상 실업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비(非)구직 니트’는 실업률에도 집계되지 않는다. 일할 의사가 아예 없는 사람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이 많아지면 노동 공급이 줄어 생산과 소비가 위축된다. 경제성장률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니트족 문제는 심각한 사회병리 현상으로 번질 수 있다. 이들이 마냥 빈둥거리며 논다고 닦달만 할 일도 아니다.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고용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한때 ‘취업 빙하기’를 겪은 일본은 취업 의지를 잃은 청년들을 돕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듀얼시스템’과 구직 지원 제도인 ‘트라이얼 고용제도’ ‘잡카드’ 등으로 큰 효과를 봤다. 공공직업소개소인 ‘헬로 워크(Hello Work)’와 청년고용 우량 중소기업 인증제도 ‘유스 옐(Youth-Yell)’로 니트족의 구직 의지를 북돋우기도 했다.
반면 한국은 2년간 54조원의 예산을 쓰고도 최악의 고용 참사를 겪고 있다. 일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제대로 된 직장은커녕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최저임금과 ‘주휴수당’ 문제로 직접 뛰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알바 구인’은 2년 새 절반으로 줄었다. 주 14시간 이내의 ‘쪼개기 자리’라도 얻기 위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메뚜기 알바’만 늘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일할 의욕마저 잃은 ‘니트족’과 일을 찾아 헤매는 ‘메뚜기족’이 동시에 늘어나는 나라가 됐을까. 근본 원인은 일자리 부족이다. 좋은 일자리는 좋은 일거리에서 나온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산업 전반의 경기가 살아나고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 고용은 저절로 늘어난다. 경제 호황을 맞은 미국과 일본은 ‘일손 부족’으로 아우성을 치고 있다. 독일에서도 주인을 기다리는 전문직 일자리가 120만 개 이상이라고 한다.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