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하겠다고 전격 발표하며 특유의 ‘벼랑 끝 외교’를 구사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는 대북 비난을 자제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대북협상을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최 부상의 발언과 관련해 “북한과 협상을 지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과 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북한이 지명한 나의 카운터파트(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와 대화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말했듯이 그들(북한)이 내놓은 제안은 그들이 대가로 요구한 것을 고려할 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와 국제 사회의 제재를 거론하며 “이 같은 제재의 요구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사일과 무기 시스템, 전체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모두 없애는 게 유엔 안보리의 요구사항”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나 ‘빅딜’을 언급하진 않았다. 후속 회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는 16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을 통해 대북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VOA에 “미국은 비핵화와 병행해 북미 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에 영구적이며 안정된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과 역내, 전 세계를 위한 밝은 경제적 미래를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북한은 아직 그럴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까지 최 부상의 기자회견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트위터에도 북한 관련 글은 아직 없다. 내년 대선을 준비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의 집중 견제를 받는 가운데 북핵 문제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래도 베트남 하노이에서 지난달 27~28일 열렸던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됐을 때 강조했던 ‘일괄타결식 비핵화’ 입장은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