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상응조치 없으면 美와 타협 없다…南은 중재자 아닌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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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하노이 결렬' 2주 만에 공식입장
벼랑끝 전술 회귀하나
"볼턴·폼페이오 강도같은 행태
美 황금같은 기회 날렸다"
벼랑끝 전술 회귀하나
"볼턴·폼페이오 강도같은 행태
美 황금같은 기회 날렸다"
북한이 ‘2·28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가장 강도 높은 대미 비난 성명을 내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15일 “어떤 형태로든 미국과 타협할 의도도, 이런 식의 협상을 할 생각이나 계획도 결코 없다”고 했다. 우리 정부를 향해선 “중재자가 아니라 플레이어”라고 못 박았다. 북한이 특유의 ‘벼랑 끝 전술’로 회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담 결렬 이유로 폼페이오·볼턴 지목
최 부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간 두 번째 회담이 결렬된 이유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목했다. 그는 “폼페이오와 볼턴이 비타협적인 요구를 하는 바람에 미국의 태도가 강경해졌다”며 “이들이 적대감과 불신의 분위기를 만들었고, 두 정상의 노력을 방해했다”고 비난했다.
볼턴 보좌관과 같은 대북 강경파를 겨냥해선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참모들이 내놓은 발언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슈퍼 매파’라 불리는 볼턴 보좌관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엔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 땐 예고 없이 전격 등장, 북한을 몰아붙였다. 당시 북한은 그의 맞은 편엔 배석자를 앉히지 않을 정도로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최 부상은 이날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직후인 지난 1일 밤 심야 기자회견 당시보다 훨씬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미국이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경고도 날렸다. 또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 중단을 계속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김 위원장의 결정에 달렸다”며 “북한의 향후 행동계획을 담은 공식성명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최 부상은 “(하노이에서)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 국무위원장은 ‘대체 무슨 이유로 우리가 다시 이런 기차 여행을 해야 하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미국의 강도 같은(gangster-like) 태도는 결국 상황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 부상은 군부의 핵 고수론을 언급하며 핵 도발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북한 군부, 군수업계 등에서 핵을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는 무수한 청원을 김 위원장 앞으로 보냈음에도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신뢰를 쌓고 상호 합의된 약속들을 이행하기 위해 하노이로 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북한이 미사일이나 위성 발사를 준비 중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의 사실 여부에 대해선 직접적인 언급을 거부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북한이 대북제재 전체 해제를 요구한 적이 없다는 기존 주장도 되풀이했다. 최 부상은 “북한은 단지 민간 경제를 옥죄는 제재에 대해서만 해제를 추구했다”고 말했다. “지나친 요구를 하며 융통성 없는 태도를 보인 쪽은 미국”이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한국은 미국 동맹…중재자 아냐”
최 부상은 우리 정부에도 비판적 태도를 드러냈다. AP통신은 “최 부상이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대화를 도우려 하고 있지만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기 때문에 중재자(arbiter)가 아니라 플레이어(player)’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를 향한 북한의 ‘서운한 감정’은 남북 간 주요 연락채널 중 하나인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도 드러났다. 소장회의가 3주째 열리지 않은 것이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남측 소장(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평소대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로 정상 출근해서 근무하고 있다”며 “북측 소장(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고 미리 통보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어떤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11일부터 김광성 소장대리가 자리에 없었다”고 말했다.
남북이 마지막으로 소장회의를 연 건 2차 미·북 정상회담 이전인 지난달 22일이다. 이후 우리 공휴일인 3·1절과 북측 공휴일인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이 이어지면서 2주 연속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통상적으로라면 3주 만에 돌아온 평일인 15일엔 회의가 열려야 했다.
“北, 협상 재개 위한 심리전 시작”
전문가들은 “북한이 협상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아이스 브레이킹(ice-breaking)’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체제의 체면을 고려해 표현은 과격하게 하겠지만, 북한이 예상외로 자체 입장을 빨리 내놓은 점을 볼 때 신속한 대미 협상 재개를 원한다는 것이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북한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며 “판을 깨 버릴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협상 중단 국면을 풀기 위한 기회를 모색하려는 듯하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 특유의 심리전이 다시 시작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최 부상도 이날 “두 최고지도자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chemistry)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말하는 등 ‘톱다운’ 방식의 협상에 대해선 여지를 남겨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최 부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간 두 번째 회담이 결렬된 이유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목했다. 그는 “폼페이오와 볼턴이 비타협적인 요구를 하는 바람에 미국의 태도가 강경해졌다”며 “이들이 적대감과 불신의 분위기를 만들었고, 두 정상의 노력을 방해했다”고 비난했다.
볼턴 보좌관과 같은 대북 강경파를 겨냥해선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참모들이 내놓은 발언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슈퍼 매파’라 불리는 볼턴 보좌관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엔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 땐 예고 없이 전격 등장, 북한을 몰아붙였다. 당시 북한은 그의 맞은 편엔 배석자를 앉히지 않을 정도로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최 부상은 이날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직후인 지난 1일 밤 심야 기자회견 당시보다 훨씬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미국이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경고도 날렸다. 또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 중단을 계속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김 위원장의 결정에 달렸다”며 “북한의 향후 행동계획을 담은 공식성명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최 부상은 “(하노이에서)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 국무위원장은 ‘대체 무슨 이유로 우리가 다시 이런 기차 여행을 해야 하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미국의 강도 같은(gangster-like) 태도는 결국 상황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 부상은 군부의 핵 고수론을 언급하며 핵 도발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북한 군부, 군수업계 등에서 핵을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는 무수한 청원을 김 위원장 앞으로 보냈음에도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신뢰를 쌓고 상호 합의된 약속들을 이행하기 위해 하노이로 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북한이 미사일이나 위성 발사를 준비 중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의 사실 여부에 대해선 직접적인 언급을 거부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북한이 대북제재 전체 해제를 요구한 적이 없다는 기존 주장도 되풀이했다. 최 부상은 “북한은 단지 민간 경제를 옥죄는 제재에 대해서만 해제를 추구했다”고 말했다. “지나친 요구를 하며 융통성 없는 태도를 보인 쪽은 미국”이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한국은 미국 동맹…중재자 아냐”
최 부상은 우리 정부에도 비판적 태도를 드러냈다. AP통신은 “최 부상이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대화를 도우려 하고 있지만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기 때문에 중재자(arbiter)가 아니라 플레이어(player)’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를 향한 북한의 ‘서운한 감정’은 남북 간 주요 연락채널 중 하나인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도 드러났다. 소장회의가 3주째 열리지 않은 것이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남측 소장(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평소대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로 정상 출근해서 근무하고 있다”며 “북측 소장(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고 미리 통보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어떤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11일부터 김광성 소장대리가 자리에 없었다”고 말했다.
남북이 마지막으로 소장회의를 연 건 2차 미·북 정상회담 이전인 지난달 22일이다. 이후 우리 공휴일인 3·1절과 북측 공휴일인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이 이어지면서 2주 연속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통상적으로라면 3주 만에 돌아온 평일인 15일엔 회의가 열려야 했다.
“北, 협상 재개 위한 심리전 시작”
전문가들은 “북한이 협상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아이스 브레이킹(ice-breaking)’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체제의 체면을 고려해 표현은 과격하게 하겠지만, 북한이 예상외로 자체 입장을 빨리 내놓은 점을 볼 때 신속한 대미 협상 재개를 원한다는 것이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북한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며 “판을 깨 버릴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협상 중단 국면을 풀기 위한 기회를 모색하려는 듯하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 특유의 심리전이 다시 시작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최 부상도 이날 “두 최고지도자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chemistry)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말하는 등 ‘톱다운’ 방식의 협상에 대해선 여지를 남겨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