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회사들이 지점을 통폐합하는 등 구조조정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실적 악화에다 설계사들이 독립판매대리점(GA)으로 이직하는 추세여서 어쩔 수 없이 점포 수를 줄이고 있다. 미래에셋·농협·신한·동양생명 등은 각각 수십 명 규모의 희망퇴직도 시행했다.

'실적 악화' 생보사, 지점 대규모 구조조정
15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전체 24개 생보사 가운데 전년 동기 대비 비교가 가능한 23개사의 국내 점포 조직은 지난해 11월 기준 3243개로 1년 전(3332개)보다 89개 줄었다. PCA생명과 합병으로 조직을 개편한 미래에셋생명은 제외했다.

지점과 영업소를 관할하는 23개사의 138개 영업본부가 129개로 9개 줄었다. 지점도 937개로 51개 급감했으며 영업소는 2177개로 29개 감소했다. 해외 점포는 25개에서 21개로 4개 줄었다. 이는 생명보험협회가 공시한 가장 최근 수치다.

하지만 올 들어서도 업계 내 지점 감축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2위인 한화생명은 지난 1월 9개 지점을 통합했다. 수도권에서 7개, 호남과 부산에서 1개씩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전속 설계사 수가 줄어들었거나 실적이 저조한 지점을 통폐합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도 수도권에서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총 6개 점포를 통합했다. 삼성생명은 지점을 관리하는 FC(보험설계사)영업본부를 기존 서울, 경인, 대구 등 8개에서 6개로 재편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본부 조직을 줄이는 대신 지역단과 지점 수는 늘렸다”며 “조직 슬림화 차원의 개편”이라고 말했다. 이들 보험사뿐 아니라 다른 중소형사도 잇달아 지점 감축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지점 축소 움직임은 설계사 감소와 실적 부진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보험 GA가 높은 판매수수료 제공을 무기로 설계사를 빼가면서 24개 보험사에 속한 전속 설계사 수는 9만8399명으로 10만 명 선이 깨졌다. 1년 전(10만8470명)보다 1만71명이나 감소했다. 설계사가 줄어드는 마당에 임대료 등 비싼 관리비를 써가며 지점을 둘 이유가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적도 나빠졌다. 지난해 24개 생보사의 당기순이익은 4조369억원으로 전년 대비 1219억원(3.1%) 증가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처분이익(1조958억원)을 빼면 실제론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는 게 생보업계의 분석이다. 또 투자이익을 제외한 실제 보험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보험영업손실은 23조5767억원으로 전년(21조4935억원)보다 2조원 이상 증가했다. 신(新)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시행에 대비해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 비중을 줄이면서 수입보험료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한 생보사 임원은 “IFRS17 시행에 대비해 수익성 위주로 사업구조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실적이 나빠졌다”며 “업계 영업조직 축소와 인원 구조조정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점 축소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보험업계 명예퇴직 한파도 불어닥치고 있다. 작년 하반기 미래에셋생명과 농협생명, 신한생명에 이어 올 들어선 동양생명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45세 이상 또는 재직기간 15년 이상인 직원 1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비정규직 구조조정은 이보다 앞서 이뤄졌다. 작년 11월 보험사 전문계약직을 포함한 비정규직 수는 1286명으로 1년 전(1579명)보다 293명 급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